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
개천절과 함께 시작된 황금연휴. 고향길에 오르는 발걸음은 무겁다. 부모님 선물, 조카들 용돈, 치솟는 물가 속에 얇아진 지갑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기대할 수 있는 추석 상여금은 평균 62만 8천 원. 그것도 절반가량의 기업에서만 지급된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명절 휴가비’라는 이름으로 무려 425만 원을 통장에 받는다. 같은 명절, 같은 국민이지만 상여금의 무게는 하늘과 땅 차이다.
명절 보너스는 원래 공무원의 박봉을 보완하기 위한 ‘효도비’ 성격으로 시작됐다. 방앗간에서 떡 한 시루 장만할 정도의 소박한 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국회의원들이 받는 ‘떡값’은 그 본래 취지를 한참 벗어났다. 일반 직장인 평균의 7배에 달하며, 6급 이하 공무원 기준을 적용받으면서도 연간 1억 5천만 원에 이르는 세비는 따로 챙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돈은 의원들 계좌에 입금됐다. 1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제 통장에 어김없이 명절 휴가비 424만 7,940원이 찍혔다”고 밝혔다. 그는 “긴 추석 연휴가 누군가에게는 여유로운 휴식이지만, 더 슬프고 버거운 이웃들에게는 오히려 고통의 시간이 되곤 한다”며 “마음이 무겁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명절 휴가비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은 명절을 앞두고 “상여금 없다”는 회사의 통보에 한숨짓는데, 의원들은 아무 일 없이 425만 원이 자동 입금된다.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기들 상여금’은 손대지 않는다. 국민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 하면서, 자신들은 세금으로 풍족한 명절을 누리는 셈이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세비 외에도 입법·특별활동비, 정책개발비, 차량 유지비 등 각종 수당을 챙긴다. 보좌진 9명의 인건비만 해도 연간 수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면책특권, 불체포특권 등 186가지 특권이 따라붙는다. 국민소득 대비 의원 보수는 OECD 상위권이지만, 의회 활동의 성과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추석 보너스 425만 원, 직장인 평균 62만 원. 이 숫자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 정치가 민심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명절 상여금 문제는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기 잇속만 챙기는 국회의 현실을 상징한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명절 보너스가 국민 눈높이와 괴리돼 있다”며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는데 국회가 특권을 유지하는 모습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 예산·추경·법안을 심사하며 늘 ‘국민의 혈세’를 외친다. 그러나 정작 그 돈이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빚폭탄’이 되고 있음에도 의원들은 개의치 않은 채 마구 퍼주기를 일삼는다”며 “이 현실을 바라보면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이 사실을 접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떡값 정치’, 이제는 멈춰야 한다. 의원들의 세비와 수당, 상여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부끄럽다’는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제도 개혁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푸짐한 떡값이 아니라 책임 있는 국회다.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