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광복절, 국민의 시선은 한 편의 풍자 애니메이션에 쏠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윤미향 전 의원이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온라인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됐다.
유튜브 채널 ‘내 이름은 오춘삼’은 광복절 당일, ‘이 돈은 이제 제 거예요~’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영상은 윤 전 의원의 사면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사회적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켰고, 사흘 만에 조회 수 23만 회를 넘기며 2,6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작품 속 캐릭터 ‘윤귀향’은 윤 전 의원을 풍자한 인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부의금을 챙기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사면은 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권한이다. 그렇기에 그 행사에는 신중함과 도덕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법치주의의 원칙을 흔들었고, 피해자와 시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겼다.
광복절은 독립과 정의를 기리는 날이다. 그런 날에 정의를 외면한 인물을 사면하는 것은 국가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권력의 도덕성을 믿고 투표하며 세금을 낸다. 그 믿음을 배반하는 사면은 결국 권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이다. 그러나 그 권한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행사돼야 한다. 윤 전 의원은 실형을 면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외면한 채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마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광복절에 사면하는 것은, 국가가 역사적 아픔을 정치적 계산으로 덮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정의의 기준이 흔들릴 때, 사회는 무너진다. 사면은 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행위인 만큼, 그 대상은 더욱 신중하게 선정돼야 한다. 이번 사면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피해자와 시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후원금을 횡령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며, 이는 유사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만든다.
정치적 보은이라는 의심도 피하기 어렵다. 윤 전 의원은 사면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것들은 나를 물어뜯고 있다”며 ”…욕하는 것들이 불쌍하다”고 밝혀 국민 정서를 더욱 자극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특정 진영 인물에게만 관대하게 적용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그 권한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의는 때로 불편하고, 정치적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감내하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전병열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