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국지도·지방도 구간 43.3km 국도38호선으로 전격 승격
[태안]전병군 기자 jbg@newsone.co.kr
9일 오전 태안군청에서 전해진 한 통의 소식은 지역 공무원과 주민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국지도96호 및 지방도603호 구간이 국도로 승격됐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구역 변경을 넘어, 태안군민이 수십 년 간 염원해 온 ‘가로림만 해상교량’ 건립에 실질적인 가능성을 더하는 중대한 진전이었다.
이날 태안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상황보고 자리에는 관계 공무원들의 표정에서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근흥면 신진도리부터 이원면 내리까지 총 43.3km 구간이 국도로 지정되며, 그동안 지방도와 국지도로 운영되던 노선이 국가의 책임 아래 관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에 승격된 구간은 향후 국도38호선에 통합돼 태안에서 동해시까지 이어지는 총 362.4km의 국가 간선도로망에 정식 포함된다.
기존 국도38호는 동서간 간선축임에도 불구하고 이원-대산 해상 구간이 단절돼 있어 그 가치가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연결고리로 주목받아 온 것이 바로 ‘가로림만 해상교량’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해당 구간은 국도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 예산 투입이 제한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진도리~내리’ 구간의 국도 승격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교량 건설 명분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교량만 생기면 서산이나 대산도 20분이면 갑니다. 태안이 고립된 섬이 아니게 되는 거죠”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가세로 군수는 지난 민선7기부터 줄곧 ‘광개토 대사업’을 내세우며 가로림만 해상교량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이번 국도 승격 결정은 그의 공약 실현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충청남도,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 이뤄낸 이번 성과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업 모델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이 구간은 두야~정죽 간 도로 확장 사업이 예산 문제로 지연되고 있었지만, 국도 승격에 따라 향후 국비 지원이 가능해져 공사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도의 시작점을 기존 이원면 내리에서 근흥면 신진도리로 변경한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시작점이 신진도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신진도항~만대항을 잇는 가로림만 해상교량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가 군수는 “이번 승격으로 태안 전 읍면이 국도에 인접하게 됐다”며 “교통 인프라가 확장되면 산업과 관광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태안이 해양관광과 국가 물류, 그리고 산업의 교차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태안의 바다는 ‘길’로 연결될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 시간 지역민들의 염원이었던 해상교량, 그 희망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