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슈추적 ㅣ 1도를 잡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

이슈추적 ㅣ 1도를 잡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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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장마전선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물폭탄을 퍼부었다. 예년 같으면 진작에 그쳤어야 할 비가 계속 내리면서 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공포심마져 들게 한다. 비가 그치자 다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국지성 호우와 유난히 길어진 장마, 폭염 등을 겪으며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날씨와 관련된 이상 현상으로 이제 재앙으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재앙으로 다가온 ‘기후변화’

지구에는 대기권이 있고, 그 속에 온실가스가 있다. 온실가스는 우주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의 일부를 흡수해 지구 평균기온을 15℃로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온실가스가 많아지면서 대기를 탈출해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할 적외선 복사에너지가 대기 중에 갇혀 농도가 높아지면서 평균기온을 상승시킨다.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만 년 전 빙하기에서 만 년 전 간빙기까지 오는 시간동안 지구 평균 온도가 4도 상승했다. 그런데 우리가 백 년에 1도 상승시켰다. 25배나 빠른 이러한 속도는 한 번도 지구가 견뎌본 일이 없다.”

그러면서 “여기서 1도가 오르게 돼 지구의 평균기온이 2도 이상이 되면 그때는 회복력과 탄성력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지금의 기후는 10, 20년 전의 탄소배출량에 의해서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량) 추세로 10년 간 지속하게 되면 10년 후에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사회는 30년 전부터 시작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공조하기 시작한 건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부터다.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대 대비 5.2% 감축하는 목표를 부여했으나 주요 국가가 탈퇴하면서 실패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채택한 파리협약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8차 총회를 열고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특별보고서에는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 이상이 될 경우 어떤 지역에서는 기온이 크게 오르고, 어떤 지역에서는 비가 매우 많이 내리게 되는 한편,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더 심해진다고 경고한다. 1.5도 온난화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방역선진국 한국, 탄소배출은 후진국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사이 0.85도 상승했으나 우리나라에선 1912~2017년 사이 1.8도나 올랐다.

불행히도 영국 NGO(비영리기구) 기후행동추적은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했다. 다른 국가들이 적극적인 탄소배출 저감목표를 책임지는 동안에도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을 유지해 왔다.

2018년 발표된 OECD 국가 탄소배출량 비교(2017년까지)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이 10년 전과 비교해 탄소량을 8.7% 줄여왔지만 한국은 24.6% 늘었다. 온실가스배출량은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은 5위다.

세계 국가기관과 기업들의 ‘석탄발전(發電) 투자 철회’ 동참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해외 석탄발전 금융투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탄소배출산업에 적극 앞장선 꼴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기후위기의 징조가 확산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 국가별 정부 차원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산업구조를 전환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자전거 음식배달서비스, 체코의 포장재 없는 매장시스템, 프랑스 재활용 촉진 순환경제 등 ‘탄소 배출 총량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나라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을 비판하며 탄소배출 제로,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중요공약으로 제시했다.

유럽연합(EU)에서 논의되고 있는 ‘탄소국경세’, 기업이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해 사용하는 캠페인 ‘RE100’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14일 그린뉴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가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조4천억 원을 투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인프라 및 산업을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고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녹색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며, 탄소 넷제로(Net-Zero)사회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정책에 포함된 그린 뉴딜정책 역시 이른바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연구팀이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핵전쟁에 버금가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전시 체제에 준하는 자원 및 인원 동원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천호 박사는 “우리가 기후 위기를 인식한 첫 번째 세대이지만,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한 개인이 노력해서 바꿀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물론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발표한 계획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때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