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뜻, 정신을 잇다”
의령군, 역사교육과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유치 기반 다져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오태완 의령군수가 지역 문화유산 보존과 역사 교육의 장 마련을 위해 소중한 유물 두 점을 의령군 의병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 유물은 조선 중기 의병장이자 대학자였던 죽유 오운(竹牖 吳澐)의 문집 『죽유문집』 정고본과, 우리말 연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세영의 『조선어 사전』 1953년 초판이다.
죽유 오운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과 함께 의병을 일으킨 인물로, 조선시대 대표 역사서인 『동사찬요』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기증된 『죽유문집』은 오운의 7대손 오사중이 1783년(정조 7년)에 편찬한 초본을 바탕으로, 8세손 오경정이 1824년(순조 24년)에 수정·보완하여 목판으로 간행한 정고본이다.
이 문집은 단순한 유가 문집을 넘어 의병 활동의 정신과 조선 지식인의 사상을 담은 귀중한 역사 자료로, 학술적·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기증된 문집은 의병박물관 내 ‘의병유물전시실’에서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함께 기증된 『조선어 사전』 1953년판은 문세영 선생이 펴낸 대한민국 최초의 우리말 사전으로, 1954년 간행본보다 1년 앞서 제작된 희귀본이다. 우리말 연구사와 국어사전 발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이 사전은, 오 군수가 국립국어사전박물관의 의령 유치를 염원하며 전국을 수소문해 사비로 수집한 것이다.
오 군수는 “의령은 의병의 고장이자,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 말과 글을 지켜낸 남저 이우식, 고루 이극로, 한뫼 안호상 박사를 배출한 고장”이라며 “이 뜻깊은 기증을 통해 의령이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유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증 유물은 향후 국립국어사전박물관 유치 홍보와 함께 의병박물관 제2전시관 전시자료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말과 글은 단지 소통의 도구를 넘어,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이번 기증은 의령의 정체성과 문화적 품격을 새롭게 비추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