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입니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이소미 기자 lsm@newsone.co.kr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익숙한 멘트에 속아 6천만 원을 건넨 피해자는, 또 한 번 거액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금융기관 직원의 기지와 경찰과의 공조 시스템이 이를 막아냈다.
전남 무안경찰서 남악지구대는 21일, 최근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금융기관 다액인출 통보제도’를 통해 추가 피해 7천만 원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밝혔다.
수표로 바꾸려다 ‘수상한 낌새’ 포착
사건은 지난 17일 시작됐다. 피해자는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귀하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전화를 받고, 금융감독원 계좌추적과장에게 전달하라는 지시에 따라 6천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건넸다.
이후 다시 연락이 온 사기범은 “남은 돈도 모두 넘기라”고 요구했고, 피해자는 7천만 원을 인출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찾았다. 그러나 해당 지점에 현금이 부족해 수표로 인출한 뒤, 무안 남악의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이를 현금화하려는 과정에서 일이 터졌다.
이상 징후를 감지한 금융기관 직원은 경찰에 다액인출자 정보를 즉시 통보, 출동한 남악지구대가 피해자의 사정을 확인한 끝에 두 번째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제도와 협업이 만든 ‘기지의 순간’
‘금융기관 다액인출 통보제도’는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인출 시 금융기관이 경찰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최근 고령층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안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선제적 예방과 금융기관의 협조가 결정적이었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현장 대응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감사 인사… 보이스피싱, 누구도 예외 없다
추가 피해를 막은 피해자는 경찰에 “정말 고맙다”며 눈물로 감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기관 사칭 연락이 오면 일단 끊고 확인 전화를 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