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병열 문화에세이 ㅣ가문의 역사가 내 삶의 나침반이다

전병열 문화에세이 ㅣ가문의 역사가 내 삶의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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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는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유산을 전승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가족의 역사와 관련된 정보를 기록함으로써 후세에 그 가치를 전달하고 보존할 수 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까 족보가 수십 권 있네요. 마땅히 보관할 데도 없고 객지 생활이다 보니 거추장스럽기만 한데, 평소에 아버님께서 소중하게 보관해 오신 것 같아 버리기는 좀 그렇고,,,,”

종친회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수시로 이와 유사한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님의 유산이지만, 그 가치를 미처 느끼지 못하면 짐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종친회로 보내라고 한다. 가족의 역사를 소중히 생각하고 족보를 찾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중 족보는 8년 전 근 30년 만에 출간·보급했기 때문에 여유분이 없어 수집되는 대로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준다.

“우리 오빠는 아버님 돌아가신 후 아버님 소지품을 모두 버리거나 불태웠는데 그때 족보도 몽땅 불태운 것 같아요. 형제 중에 아무도 가져갈 사람이 없었어요. 사실 현대 와서 족보가 뭔 필요가 있어요.” 족보에 관한 이야기 중에 좌중에서 나온 말이다. 족보가 마치 구시대적 산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했다. 조상에 대한 정보는 족보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중에서 대족보를 기획하고 자손들의 참여를 안내했을 때 찬반 여론이 분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대체로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 젊은 세대는 족보 제작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면, 문증 어르신들은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었다. 당시 족보의 가치와 그 필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촉구하며, 설득에 나섰던 필자로서는 족보가 폄하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 문중에서는 필자 등이 주도해 인쇄 족보와 함께 인터넷 족보를 만들었다.

그 이후 일각에서는 결혼이나 자녀 출생, 이력·사망 등에 변경 사항이 있을 때는 족보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 물론 인터넷족보만 수정이 가능하다. 또한, 새삼 족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등재가 누락된 가족들은 족보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 족보 제작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도 한다. 앞으로 소문중이나 집안마다 인터넷 족보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의 계통과 역사가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핵가족화 될수록 자기 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자기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가족의 역사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족보의 유래는 중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이 조상 숭배와 가문의 계통을 중요시하면서, 이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문화가 형성돼 족보가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족보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고려시대에 중국 문화와 제도가 수입되면서 족보의 활용이 확산했으며, 조선시대에 정착돼 가문의 중요한 문서로 간주했고, 세습과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가문의 존경과 계승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조됐기 때문에, 족보의 작성과 보존이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현대에도 족보는 일부 가문에서 소중히 보존되어 전승되고 있으며, 가족의 역사와 유대를 기록하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족보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가계의 역사와 혈통을 기록함으로써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뿌리와 가치를 이해하고, 가족의 결속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가문의 세습과 전통을 기록하고 전승하는 역할을 하며. 선조들의 유훈과 가치를 후세에 전함으로서 가족들은 이를 이해하고 지키며, 가계의 지속성을 유지해 왔다.

족보는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유산을 전승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가족의 역사와 관련된 정보를 기록함으로써 후세에 그 가치를 전달하고 보존할 수 있다. 또한, 족보는 한 가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어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보존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반드시 족보라는 명칭이 아니더라도 가문의 역사를 기록한 문서는 유산으로 그 가치가 있다. 선조로부터 이어온 족보를 계승함으로써 뿌리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더욱 고취할 수 있으며, 가족의 역사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가문의 전통을 잇는 일은 후손의 의무이며, 도리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다.

편집인 전병열 정치학박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