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병열 칼럼 l 어쩌다 차악을 선택해야 할 대통령선거인가

전병열 칼럼 l 어쩌다 차악을 선택해야 할 대통령선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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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열 에세에 l 어쩌다 차악을 선택해야 할 대통령선거인가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같이 정치만 잘하면 된다고 보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쁜지를 놓고 선택해야 된다면 당연히 덜 나쁜 이를 뽑아야 한다.”

전병열 편집인 (정치학 박사 · 언론학 전공)

대통령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다. 사실 이번 대선은 국민의 관심이 여느 선거 때보다도 높은 것 같다. 정치를 외면하고 살지만, 간간이 들리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대표 주자가 박빙이다. 정책 공약도 엇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가 후보자 부인에게로 옮겨붙었다. 양 후보의 비호감도는 60%(2.10일자 여론조사)에 근접하며 ‘도토리 키 재기’다. 네거티브 공격은 도를 넘고 있다.

후보들은 포퓰리즘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네 편 내 편의 편 가르기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언론은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내며 편향보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고, 공정이나 객관성, 균형성을 맞춘다며, 양 후보에 대한 선정적인 내용을 들추어내고 있다. 언론은 정책 검증이나 감시, 비판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이며, 상업성에 물들어 공론의 장이 기울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경마식 보도’를 이어가고,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유권자들은 SNS나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선거 정보를 혼탁하게 왜곡한다. 진영논리에 함몰된 유권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무조건 지지자를 옹호한다.

그야말로 ‘개판’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는 망각되고 오직 표 계산만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넋두리를 늘어놓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부화뇌동하는 주변인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실적이고 논리적인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마녀사냥식’으로 적군에 대한 비난의 화살만 쏘아댄다. 후보들의 공약을 님비 의식으로 비판하고 이기적인 셈법으로만, 호불호를 외친다.

SNS를 타고 시도 때도 없이 가짜 정보와 허위사실들이 스마트폰을 울려댄다. 정말 어쩌자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털끝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후보자나 정당, 패거리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소위 지도급 인사라는 자들도 진영에 개입하고, 자파 세력을 확대할 의도로 교언영색(巧言令色)과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선량한 유권자들을 유혹한다.

결국 이번 선거판에서는 정부도, 후보도, 언론도, 정당도, 지지자도 믿어서는 안된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후보들의 현란한 말장난에 휘둘리지 말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냉철히 따져보고, 준법의식과 윤리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유권자 스스로 부족한 지식을 습득하고 공약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시대는 관심만 가지면 주변에서 얼마든지 정치, 경제 등 시사상식이나 전문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깨어 있는 세대들은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덜 나쁜 악이 더 큰 악보다 선호가 크고, 선호가 크다는 것은 좋은 것이므로 덜 나쁜 악은 더 큰 악과 비교할 때 좋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선거는 최선의 후보를 뽑는다기보다 차악(次惡)의 후보를 뽑아야 할 때도 있다. 최선과 차선의 대결이 아니라 최악과 차악의 경쟁 구도에서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같이 정치만 잘하면 된다고 보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더 나쁘고, 덜 나쁜지를 놓고 선택해야 된다면 당연히 덜 나쁜 이를 뽑아야 한다. 작금의 한국 정치계를 놓고 보면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선택은 국민의 권리다. 국가의 미래는 유권자 의식에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이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

본지 편집인 chairman@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