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오미크론’ 확산, 관광업계 울상

[이슈추적] ‘오미크론’ 확산, 관광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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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산으로 전 세계 ‘빗장’, 관광업계 또다시 비상
– 유럽 여행상품 전액 환불, 연말 특수 기대 호텔업계 비상, 여행 · 항공업계 긴장

관광업계가 연말연시 성수기를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등장에 비상이 걸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인된 오미크론은 유럽, 북미 등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강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특히 해외 각국이 오미크론으로 여행을 제한하거나 봉쇄 조치에 들어가고 있어 호텔·여행·면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올해 세계 관광 업계 손실은 2조 달러(2386조 원)로 예측했다. 세계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5억 명보다 70~75%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라브 폴롤리카슈빌리 UNWTO 사무총장은 “델타·오미크론 같은 변이 출현이 관광 업계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됐다는 소식에 호텔업계는 기대하고 있던 연말 점유율을 5~10% 하향 조정한 채 방역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월 위드 코로나 선언 이후 호텔업계는 몰려든 내국인 손님으로 수도권과 부산 등의 객실 점유율이 증가세를 보였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부산 해운대 등 특급호텔들은 예년 못지않은 수준까지 점유율이 회복됐다.

호텔 업계는 연말 성수기와 ‘위드 코로나’로 내년부터 외국인 투숙객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를 걸었다. 서울 특급 호텔의 경우 2019년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80% 수준으로 주로 평일에 숙박하는 비즈니스 고객이 많았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난 2년간은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이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외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오미크론 때문에 해외 투숙객 유입이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해외 여행 상품을 선보였으나 갑작스러운 오미크론의 출현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인터파크는 다음 달 출발 예정이던 스위스 등 유럽행 항공권 일부 상품을 전액 환불했다. 다른 국가로 떠나는 상품도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대처할 계획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채비를 하고 있던 항공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국제선을 신규 운항하기보다 운항 중인 기존 노선을 중심으로 증편할 예정이었으나,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적으로 번질 경우 기존 국제선 노선이 중단되거나 감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적자 늪에 빠진 저가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형 항공사는 지난 2년간 화물수송으로 수익을 냈지만, LCC는 여객이 매출의 거의 전부다. LCC업계는 국내선 운항확대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인데다, 주요 노선이었던 일본마저 외국인 입국을 차단해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LCC관계자는 “워낙 상황이 안 좋아 더 큰 피해가 나올 것도 없다”며 “여행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오미크론 여파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면세 업계는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을 체결한 싱가포르 등에서 입국한 관광객이 시내 면세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면세 매출은 1조 7,657억 원으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96%였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인터파크투어는 다음 주 출발하는 일부 유럽여행 상품 패키지가 취소됐다면서 “고객의 취소로 출발 인원수가 미달되는 일부 패키지 상품이 취소돼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 등을 지켜보며 현지 여행사 등과 여생상품 조정 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여행사들과 함께 유럽여행 상품을 팔았던 홈쇼핑과 e커머스 등도 해당 상품을 내렸고, 예약판매를 했던 홈쇼핑의 경우 판매를 확정하는 해피콜 과정에서 여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행객들이 무격리로 입국 가능한 국가는 약 30개국 정도로 그중 20곳이 유럽지역이다.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 국가도 방심할 수 없다. 한국과 트래블 버블을 맺은 곳은 싱가포르와 사이판으로, 정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나오면 입국제한 등의 ‘서킷 브레이커’(비상계획)를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한 여행사 관계자는 “대규모 취소가 나오진 않았지만, 오미크론이 확인되기 전에도 국내외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미 신규예약이 둔화되는 추세였다”며 “앞으로도 변이가 나올 수 있어 해외여행이 정상화 단계로 진입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안전을 방점에 둔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34일 만에 첫 외국인(싱가포르) 단체관광객을 받고 들떴던 면세업계도 영업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자체 온라인몰에서만 면세품을 선보이던 전략을 깨고 쿠팡과 삼성물산 공식 패션몰 SSF샵, 편의점 CU앱 등 외부 온라인몰에 입점해 재고 물량을 팔고, 경쟁사인 중국 면세점과 협업을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올해 12월까지 예정된 공항시설사용료 감면을 연장하고 면세 한도와 구매를 상향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뿐 아니라 여행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기업들이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며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땜질 대책 대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오미크론은 최소 15개국에 확산했고 각국은 서둘러 국경에 빗장을 걸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남아프리카공화국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여행 제한령을 내렸으며, 이스라엘은 2주간 모든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일본도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고 트래블 버블 지역인 싱가포르·사이판 입국자라도 해당 국가에서 오미크론이 확산하면 입국을 제한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로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관광업계가 또다시 울상을 짓게 된 것이다. 하루빨리 코로나를 퇴치하고 일상이 회복되기를 모든 업계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