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정부광고 운영체계 확정 논란

[이슈 추적] 정부광고 운영체계 확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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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대체 정부광고 운영 체계 공정성 우려
– 문체부, 유료부수 대체하는 새 정부광고 운영 체계 확정
– 지표의 정확성과 공정성, 악용 가능성, 언론사 자율권 침해 등 논란
– 열독률 기준 집행 논란, 정치적 악용 우려, 포털 제휴 여부 삭제
12월 1일 정부청사에서 황희 문체부 장관이 발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1일 정부 광고 집행 지표를 활용하는 새 정부광고 운영 체계를 확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광고 집행 기준으로 적용됐던 한국ABC협회의 인증부수가 정확하지 않고 심지어 발행부수를 왜곡했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새로운 지표의 정확성과 공정성, 악용 가능성, 언론사 자율권 침해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뢰성을 중심으로 한 핵심지표와 기본지표로 구성된 정부 광고 개선 지표는 앞으로 정부 광고 집행 시 한국ABC협회의 인증부수 대신 활용된다.

이번 정부 지표는 기존 유료부수 중심 평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매체 영향력 종합 평가에 초점을 맞춘 방안이다. 지금껏 영향력이 없었던 언론자율규제기구 심의와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도 앞으로는 언론사들의 광고 집행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기본지표는 명칭 그대로 매체사의 정상 발행 여부, 관련 법령 위반 여부, 제세 납부 여부, 직원의 4대 보험 가입·완납 여부 등 기본 사항을 점검한다. 지표를 어느 정도 반영할지는 개별 광고주인 정부 부처나 기관, 단체, 공기업 등이 결정한다. 경우에 따라선 열독률을 제외한 사회적 책임 항목만으로 언론사 순위를 정해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게 됐다.

또한, 신문사의 발행 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ABC협회 부수 공사를 불신하며 열독률이라는 새로운 광고 기준을 마련했지만, 정작 열독률 자료 활용 여부는 해당 기관의 판단에 맡기기로 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신문사의 편집위원회 설치 유무, 언론 중재 직권 조정(정정 보도) 건수, 시정 권고 건수 등 보도 내용과 관련된 항목이 다수 포함돼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광고를 ‘무기’로 언론사 편집과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체부는 지난 7월 ABC 협회가 발표하는 유료부수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정부광고법 시행령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명시된 ABC부수공사 관련 조항을 지난달 삭제했다.

문체부는 “정부 광고 개선 지표는 정부광고법 제정 취지인 효율성과 공익성 향상(정부광고법 제1조)을 감안해 핵심지표(효과성‧신뢰성)와 기본지표로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정부광고 규모는 1조 893억 원이다.

열독률 지표의 문제점

정부광고 핵심 지표는 효과성 측면에서의 이용률과 신뢰성 측면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5만 명의 국민을 상대로 신문 잡지 이용조사를 진행했고 결과가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인쇄매체 광고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열독률 조사가 적절한지 적실성·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열독률 조사는 판매 부수가 아닌 신문 이용자에 대한 조사여서 일부 신문사가 열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가지를 배포하는 등의 교란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0월 전국 5만 명 대상 열독률 조사 초기에 일부 신문사가 지하철역과 주유소 등에 무료로 신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어떤 경로로 신문을 읽었는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대안을 밝혔다. 그러나 열독률 조사에서 무가지 배포로 왜곡된 열독률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또 열독률 조사에서 이용자는 기억에 의존함으로써 정확한 검증이 어렵다. 이용자가 의도를 갖고 특정 매체를 읽지도 않았는데 읽었다고 답하는 등의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5만 명을 대상으로 열독률을 조사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지역 중소 신문은 파악조차 어렵다. 문체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 지원 대상 매체의 경우 가점을 줘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형평성의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언론계는 열독률 조사 대상도 문제라고 제기한다. 표본조사 방식의 한계로 가구 독자만 조사하고 영업장 독자는 배제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문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이 영업장 구독자다. 또한, 영업장 구독 비율이 높은 석간신문의 경우 조사 시 방문 시간 등에 따라 실제보다 열독률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

한편,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성 평가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그 해석이 자의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ABC 협회의 발행부수 공시를 대신하기 위해 지표로 삼은 열독률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황 교수는 또 “열독률 조사는 말 그대로 ‘조사’일 뿐”이라며 “광고 집행의 중요한 기준은 시장점유율이 돼야 하는데 열독률과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언론재단에서 독점적으로 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 지표의 문제점

사회적 책임은 언론중재위원회 직권 조정(정정보도 등) 및 시정 권고 건수, 신문윤리위원회 및 광고자율심의기구 주의‧경고 건수, 개별 매체사의 편집위원회‧독자(권익)위원회 설치‧운영 여부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광고 지표를 ‘핵심지표’와 ‘기본지표’ 등으로 구성한다. ‘핵심지표’는 열독률(인쇄매체), 시청률(방송), 이용률(인터넷매체) 등 ‘효과성’ 지표와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및 시정권고 건수, 편집·독자위원회 설치·운영 여부 등 ‘신뢰성’ 지표로 나눈다.

문체부는 개편안에서 정부광고 집행기준에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건수, 신문윤리위원회 제재 건수 등도 포함시킴으로써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매체에 불리할 수 있다. 기본 지표로 평가하는 법령 위반, 세금 납부, 4대 보험 가입 등은 일정 규모를 갖춘 매체의 경우 변별력이 없다. 정부가 광고 지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론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신문협회는 “이러한 지표는 언론진흥기금 등 지원 지표로는 타당할 수 있어도 광고 도달률 등의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는 될 수 없다”며 “자칫 정책홍보 효과를 떨어뜨려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GOAD)을 개편해 2022년 1월부터 정부 기관 등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1월 10일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 지표는 인쇄 매체부터 적용하고, 방송 등 기타 매체는 2023년부터 적용한다. 개선 지표는 정부광고주가 지표별 반영비율을 맞춤 설정해 광고매체 선정 시 1차 기준으로 활용하거나, 광고 특성에 따라 최적의 매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언론재단이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표별 반영비율은 총합 100%(100점) 내에는 자율 설정이 가능하고 기본 지표는 가‧감점 자율 설정이 가능하다.

문체부 지표 적용 예시

문체부가 내놓은 예시를 보면 열독률 비중은 100점 만점에 60점(60%)으로, 1~5구간으로 나눠 1구간은 60점, 2구간부터는 5점씩 떨어져 5구간에선 40점을 차지한다. 지역신문은 우선 지원대상사인 경우 열독률 구간을 1단계 상향한다.

언론중재위 직권조정(정정보도)과 시정권고의 경우 0건~1건은 20점, 2건은 17점, 3건 이상은 14점이다. 신문윤리위 서약 참여 여부는 6점, 미참여는 4점을 배정한다. 심의 결과 주의‧경고 건수는 0건~1건일 때 4점, 2건~24건이면 3점, 25건 이상이면 2점을 준다.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 결과는 주의‧경고가 0건~14건 4점, 15건~58건 3점, 59건 이상 2점이다. 아직 심의 대상이 아닌 언론사는 우선 3점을 주고 추후 심의대상 범위를 확대한다. 편집위원회와 독자권익위원회를 설치하고 정상 운영하는 언로사는 3점을 주고, 미설치한 경우엔 2점을 준다. 문제는 독자·편집위원회를 사실상 강제로 설치·운영하게 함으로써 언론 자율권 침해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편집·독자위원회는 언론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같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정책 광고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언론 의견을 수렴해 지표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열독률에 대해 “20~30대 청년층이 핵심 타깃인 정부 정책의 경우 전체 열독률이 아닌 해당 연령의 열독률을 활용해 청년층의 주 이용 매체를 집중 선택해 홍보를 진행하거나 특정 지역 광고를 집행하고자 할 경우엔 해당 지역의 이용률을 분석하고 지역에 특화된 매치를 맞춤형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광고주가 열독률을 100% 비율로 설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신뢰성 지표를 100%로 둘 수도 있다. 지표를 얼마나 활용할지는 광고주가 정한다”고 설명했다. 지표 반영 비율이 정해지지 않고 광고주에 맡긴 것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정부 광고 집행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광고 개선 지표를 통해 정부 광고주들이 합리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광고주와 광고 내용‧매체명‧게재일 등 정부 광고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언론계 · 학계 등은 정부가 입맛에 맛는 언론사를 선택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BC 제도가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시행되고 적절하게 활용될 때 객관적 자료로서의 효용 가치가 높아 전면적인 개선을 통해 적용할 수도 있다. 정부광고 새 운영 체계가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기된 문제들을 철저히 분석해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