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자수첩 l 메달보다 희망을 심었다는 것이 더 값지다

기자수첩 l 메달보다 희망을 심었다는 것이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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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8일 폐막했다. 전대미문으로 관중 없이 치러진 대회였다. 지난해 7월로 예정됐던 올림픽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사상 초유의 대회연기를 하고 올해 치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환호와 탄식, 놀라움과 안타까움 속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지만, 메달보다 더 값진 희망을 품었다.

여자배구는 비록 동메달을 놓쳤지만, 가슴 조이며 세르비아 전을 응원한 국민들의 가슴에 벅찬 감격을 선사했다. 또 근대 5종 남자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전웅태는 4위로 들어온 형 전진화가 마음에 걸려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가 다가와 포옹하자 서로를 위로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한국 근대 5종의 간판으로 전웅태가 입상하기까지는 선배 정진화가 길을 닦아줬기 때문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선수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축제였다. 한국 선수들은 수영, 높이뛰기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신기록을 냈고, 사격, 역도, 다이빙, 탁구에서도 희망을 심었다. 이선미(21)와 한명목(30)은 영도 여자 87㎏ 이상급과 남자 67㎏ 급에 출전해 모두 4위에 올랐다.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다음 올림픽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과 4위를 차지한 우상혁(25)은 “타국 선수들이 내가 무서워서 은퇴하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4위를 차지한 우하림(23)은 “메달 딸 때까지 도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현했고, 남자 마루에서 4위에 오늘 류성현(19) 역시 다음을 기약했다. 또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인 신유빈(17)은 폭발적인 잠재력과 성장세를 보였다. 수영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낸 황선우(18)는 파리 ‘올림픽의 기대주’ 0순위로 꼽힌다. 서채현(18) 또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고전했던 스피드 부분이 파리에서는 분리 진행돼 우승후보로 거듭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33개 종목 중 29개 종목에 출전해 총 20개(금6, 은4, 동10)의 메달을 획득했다. 메달 순위에서는 지난 리우 올림픽보다 하락했지만, 여러 종목에서 신기록을 냈고, 선수와 시청자 모두가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 질적인 측면에서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며, 당당하고 의연한 태도로 2024 파리 올림픽에 희망을 심어줬다는 것이 가장 큰 메달이라고 생각한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