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전극수 법률상담 ㅣ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한 증여계약

전극수 법률상담 ㅣ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한 증여계약

공유

Q :

A는 가정이 있는 남자로 5년 여 전부터 아내 몰래 이혼녀인 B와 사귀어 왔습니다. 그동안 B가 여러 차례 A에게 자신과의 결혼을 요구하거나 아파트를 하나 사 달라고 조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A는 2년 전에 B의 성화에 못 이겨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서울 시내에 있는 자신 소유의 X점포(당시 시가 10억 원 상당)를 증여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습니다.

그동안 B가 X점포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달라고 졸랐으나, A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면 아내가 B와의 관계를 눈치 챌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어 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A의 아내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A에게 자신과 결혼을 하자면서 결혼을 하여 주지 않으려면 약정한 대로 X점포에 대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합니다.

A는 자녀들 보기도 민망하고, B와 결혼까지는 할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하여 X점포를 B에게 넘겨 줄 수도 없습니다. B가 위 각서에 의하여 X점포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오면, A는 이에 따라야 하는지요?

전극수 변호사, 前 숭실배 법대교수
A :

A가 B에게 내연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X점포에 대하여 증여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증여는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준다고 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입니다. 증여는 아무리 무상이라고 하여도 일단 증여계약이 되면, 그 증여계약 대로 이행하여야 합니다. A는 다른 사정이 없다면 증여계약에 따라서 B에게 X점포에 대하여 증여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증여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면 무효이고, 이때는 그 증여계약 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부첩관계, 내연관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연관계의 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증여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무효이고, 법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결국 A가 B와의 사이에 내연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증여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법률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A는 위 증여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되고, X점포에 대하여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일단 A가 B에게 X점포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면, 아무리 증여계약이 무효라고 하여도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이를 되돌려 받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