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인구 100만 사수, 인구절벽 고육지책 제안
인구절벽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육지책으로 파격적인 제안으로 인구 사수에 나섰다. 경남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을 지키기 위해 결혼 자금 1억 원을 대출해 주고 아이 셋을 낳으면 전액 탕감해주는 시책을 밝혔다.
지난 2010년 7월 생활권이 같은 창원시·마산시·진해시 3개 시를 합쳐 탄생한 통합 창원시는 109만 명의 매머드급 기초지자체로 출발했지만, 작년 11월 기준 인구가 103만7000명대로 감소하며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인구사수 시책은 100만 명이 무너지면 내년 출범 예정인 ‘특례시’ 지위를 상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남 창원시는 6일 ‘인구 100만 사수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해 연간 1만 명 증가를 목표로 전국 최초로 △결혼드림론 도입, △기업유치 프로젝트 추진, △창원주소갖기 정착지원금 확대 등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태스크포스팀은 기획관 산하에 있던 인구정책담당 등과 함께 인구 감소 원인을 분석하고, 각종 인구 증가 시책을 발굴 및 수립하게 된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창원시 인구 반등을 위해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것이 3대 프로젝트다.
3대 프로젝트 중 눈길을 끌고 있는 결혼드림론은 결혼 시 1억 원을 대출해주고 1자녀 출산 시 이자면제, 둘째 출산 시 대출원금 30% 탕감, 셋째 출산 시 전액을 탕감해주는 시책이다. 시는 다음 달 결혼드림론 검토 용역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보건복지부에 사업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창원시에 따르면 최근 청년층 결혼 포기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는 답변이 많았다. 창원시 관계자는 “연간 4만명씩 인구가 감소한 헝가리도 신혼부부에게 대출해주고 자녀를 낳으면 대출 전액을 탕감하는 정책을 통해 작년 30년만에 혼인건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효과를 냈다”며 “‘결혼드림론’은 지역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도시활력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창원 주력산업인 제조업 침체로 인한 근로자 수 감소다. 일자리를 찾아 근로자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여기에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시민들이 출·퇴근이 가능하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인근 김해시 등으로 빠져나간 것도 창원시 유출 가속화의 원인이 됐다. 지금 속도라면 오는 2024~2025년 사이 창원시 인구 100만명선 붕괴가 우려된다.
창원시 관계자는 “2021년을 창원 플러스 성장 원년으로 삼아 인구 반등을 위한 3대 프로젝트 등 파격적 인구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3년 안에 인구 105만명 회복과 연간 1만명 인구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도 출산장려금을 대폭 상향해 인구 감소 대응에 나섰다. 전북 진안군은 기존 첫째·둘째 출산 시 220만 원씩 지급하던 출산장려금을 첫째 300만 원, 둘째 500만 원으로 올렸다. 전남 순천시도 종전에 자녀 출생 시마다 총 300만 원을 지급한 출산장려금을 올해부터 첫째 300만 원, 둘째 500만 원, 셋째 700만 원, 넷째 1000만 원, 다섯째 자녀 이상 출산 시 1500만 원으로 대폭 늘렸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기반 및 생활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채 일시적으로 돈만 푸는 식의 출산장려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금지원성 정책은)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고 아이를 키울 도시 인프라가 갖춰진 지자체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는 것이 정책 수혜 조건일 텐데 경제활동이 어려운 지역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청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파격적인 돈을 주는 출산장려정책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에게 돈을 줄 것이 아니라 보육·일자리·교육 등 지역사회 여건을 개선해야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어 인구증가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결혼·출산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최대 1억 원에 이르는 현금지원성 출산장려정책을 제시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출산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재원만 쏟아붓는 정책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