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이 15년 만에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건에서 손을 떼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권으로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결국, 윤 총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이후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질 못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압박해 퇴출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과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휘는 정당성이 있다는 주장이 갑론을박하면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여대 야소의 국회는 여당의 주도로 대부분의 법안이 일방통행으로 처리되고 정치 권력과 연관된 사건들은 검찰의 역할을 무력화시키려 하자 야권은 독재적이고 편파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윤 총장이 3일 신임검사 임관식을 계기로 말문을 열자 그 진의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윤 총장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실현된다”며 “법은 다수결 원리로 제정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집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윤 총장은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상명하복의 검찰 체계를 정의했다.
윤 총장은 또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여러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며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윤 총장은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란다”며 “저와 선배들은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강력히 지지한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 대한민국의 국민 검찰을 만들자”고 말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권의 충견이 아닌 국민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 출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대상이) 청와대라고 해서 과잉수사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검사의 절제와 균형을 언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이 보도는 전했다.
이 신문은 “검찰 안팎에서는 그간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이 정권의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전병열 기자 jb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