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 세계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5월 1일 기준 각국의 확진자는 32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23만 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의 최악의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전세계가 지쳐있는 지금이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학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바이러스의 글로벌 전파는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고, 인구 천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20곳 이상이나 되는 만큼 과거에 비해 전염병의 대유행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발병주기는 과거 전염병들과 비교했을 때 발병주기가 짧았고 확산 속도도 빨랐다.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또 언제 새로운 전염병이 찾아올지 모르며,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것이다.
각국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의 흐름을 예측하는 전망을 쏟아내어 놓고 있다. 일명 ‘포스트 코로나’다.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가장 가깝고 큰 변화의 흐름은 언택트(Untact)시장의 확산이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k)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단어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언택트 소비는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비대면(非對面) 소비 패턴을 말한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이뤄지는 언택트 소비는 이미 수년 전부터 등장하던 흐름이었지만, 코로나19를 만나며 급물살을 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만큼 사재기가 없었던 것은 활용할 수 있는 언택트 서비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으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배송된다. 신용카드를 대신한 스마트 결제인 각종 모바일 페이로 온라인 결제는 더 간편해졌다. 은행 업무를 보거나 공과금을 내기 위해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모든 것이 휴대폰 하나로 해결된다.
언택트는 교육계도 점령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초·중·고·대학교까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원격 교육의 시대가 강제로 열리게 됐다. 온라인 방송 서비스를 이용한 실시간 수업이 이뤄졌고, 어학이나 자격증 같은 온라인 교육 시장은 더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다만 교육이라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코로나19로 인해 깨닫게 되기는 했으나, 오프라인 수업이 어려운 섬이나 시골 등에서 온라인 수업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에서도 비대면 원격 근무가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다시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평이다. 단순히 직장에 출근도장을 찍거나 단순 관리직 업무의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것은 원격 재택근무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도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으로 쓸데없는 체력소모를 하지 않아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람들은 대면하지 않고도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오프라인으로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언택트는 문화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사실 공연 예술과 스포츠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공연의 중심 뉴욕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모든 쇼가 한 달째 중단됐고, 전세계 스포츠는 개막이 연기 됐다. 공연 예술이나 스포츠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관중이 한곳에 모여 감상하는 방식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공연장에 가서 보던 뮤지컬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집에서 실시간으로 보거나, 온라인으로 갤러리 투어를 하고 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현장만큼의 생생함을 선사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도 무관중으로 개막하며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집에서 전세계 개봉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은 날개를 돋힌 듯 성장하고 있다. OTT업계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높은, 57억6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에 밀폐된 공간에서 제공되었던 영화 같은 콘텐츠는 앞으로도 비대면으로 제공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전망이다.
비대면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분야인 의료에서 조차 언택트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지난 2월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의료를 이미 일부 경험했다. 가벼운 증상일 경우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술과 규제 장벽 속에 갇혀 있었던 원격 의료가 코로나19로 인해 부상하게 된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환자는 입원할 필요 없기에, 이들이 집에서 원격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심각한 환자가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격 의료는 모바일 헬스케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평소 맥박, 체온 등을 측정해 이를 정기적으로 병원에 보내게 된다. 대만의 경우 2018년 ‘통신진찰치료법’을 제정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해, 도서산간 지역 뿐만 아니라 퇴원 후 추적 관리가 필요한 급성 질환 환자, 장기요양병원에 입원한 만성 질환 환자, 자국에서 치료 예정인 외국인, 재택 진료 환자 등 다양한 의료 헬스 케어를 제공하게 됐다.
언택트 서비스가 증가하는 것은 일상생활의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심리가 바뀌어 반세계화 흐름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지구촌이 된 이동을 타고 코로나가 확산된 만큼, 각국은 문을 걸어 잠궜다. 글로벌했던 기업들의 공급망은 내수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역은 침체됐고, 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안전을 앞세우면서 해외 투자가 이뤄졌던 자본은 각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무역과 여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업과 산업, 국가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해외여행은 국내 여행처럼 쉬웠고, 국경은 거의 없는 것과 같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주도를 가는 것처럼 가까운 일본과 동남아로 여행을 떠났고, 국내 방송에서도 해외 로케 촬영은 흔했고, 해외 여행지를 소개하는 일도 빈번했었다.
하지만 각국은 점점 공중 보건을 내세워 통행과 여행을 규제하고 있고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크루즈·항공사 등은 승객에게 안전과 건강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 운영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는 것 뿐이다.
오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