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공포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일상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또한, 격차사회로 내몰린 서민들의 생계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잠시 멈춤’ 캠페인을 제안하고 있지만, 서민들에게는 호구지책이 우선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간의 잠시 멈춤’에 동참해 줄 것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의 잠복기가 2주임을 감안할 때 이론적으로 개개인이 완벽한 ‘자가 격리’를 하면 감염은 차단 가능하지만, 민주사회에서 강제 통제방식은 안 될 것이라며 자발적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2주간의 잠시 멈춤 실천수칙으로 외출 자제, 모임 연기 등 타인과의 만남 자제, 전화·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로 개인 위생수칙 지키기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당장 멈췄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낮은 신용등급으로 금융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검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와 다른 지자체의 공조체계 구축으로 전국이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거리두기’나 ‘잠시 멈춤’을 할 수 없는 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갈 수박에 없다. 이들에게는 코로나19보다 생업을 잃는 게 더 무섭기 때문이다. 반면 잠시 멈춤으로 유급휴가를 받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은 피해를 볼일은 많지 않다.
실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6일까지 전 임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줬으며, 휴가가 끝난 후는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게 했다.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와 KT 등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SK를 비롯한 계열사와 대림, 한화 등 대형 건설사도 필수 요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임산부 등 고위험군 임직원들을 재택근무 시키고 있다. 대기업들은 교육부의 초·중·고 개학 연장에 따라 육아지원이 필요한 근로자에게 ‘가족돌봄휴가’나 연차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반면에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유급휴직이나 재택근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무급휴가를 시행하거나 휴직을 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감염 위기를 피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근로조건이 악화된 곳도 있다. 대중교통의 혼잡한 시간을 피해야 한다며 조기 출근이나 늦은 시간에 퇴근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의 체감 위기는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서울 은평구의 한 목욕탕에서 B 씨는 세신실을 임차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 임대료 200만 원도 못 낼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부산 범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D 씨는 손님이 평소의 60~70%가 줄어 휴업을 해야 할 형편이라며 울상을 짓는다.
이보다 더한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생계와 감염 안전을 위협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학습지 교사, 방과 후 강사, 택배·퀵서비스·배달대행 기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휴업 수당을 받을 수도 없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상도 아니다. 일감이 줄어들면 소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같이 코로나19의 피해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11조 7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집행이 관건이다. 국가적인 경제 대란이지만,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취약 · 소외 계층들부터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금 여유로운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양보를 촉구한다. 또한, 화급을 다투는 경제적 약자들부터 구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이는 당리당략적인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오로지 국민의 복리를 위해서 우선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