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지원은 재난으로 소득이 줄면서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 시민이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그간 경기도, 경상남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 등 경영진 뿐 아니라, 노동계(민주노총),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한목소리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 정치인들도 이 대열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10일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 명에게 50만 원씩을 지원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시의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를 위해 재난 기본소득 250억 원 등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 543억 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수혜 대상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명으로 기본소득은 지역은행의 체크카드 형태로 4월에 지원된다. 3개월 안에 전주지역에서 써야 한다.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의 6대 기본원칙도 공개됐다. 위기시민 지원과 중복지원 금지, 직접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한시성, 시급성 등이다.
지급 대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으로 정부의 지원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취약계층 등 경제적 사각지대다. 단, 다른 제도를 통해 지원받는 소상공인과 실업급여 수급대상자, 정부의 추경예산 지원해당자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른 지자체장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50만~100만원 가량의 기본소득을 주자는 일명 재난기본소득 편성을 정부에 속속 건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을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를 대상으로 잡아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들에게 2~3월 두 달간 생활비 월 30만원씩 총 60만원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사용 시한이 제한된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전 국민에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전 국민에 10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51조원으로 올해 편성한 추경(11조 7000억원)의 5배 수준이다.
반면 정부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저희도 검토해봤으나 여러 장점도 있지만 여러 문제도 있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래 기본소득은 국가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산·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가구별이 아닌 개인별로 같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구성 요소 중에서도 빈곤 수준 등을 조사하지 않는 ‘무조건성’이 핵심이다. 특수한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지난달 25일 신생정당인 기본소득당이 대구·경북 지역에 한시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촉발했다. 지난 4일 기본소득당은 민생당 박주현 공동대표, 미래당, 시대전환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임대료 인하분의 50% 세액공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대책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며 “재난기본소득은 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바이러스·생계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역책”이라고 했다. 방역을 위한 ‘잠시 멈춤’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이재웅 쏘카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000만~2000만명에게 재난기본소득 50만원씩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논의는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확산시켰다. 지난 8일 김경수 경남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급하고, 고소득층에겐 내년에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자료 언론보도 종합>
전병열 기자 jb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