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 내용으로, 부담금을 통해 거둬들인 돈으로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와 전문기관 설치·운영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 동물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3.7%, 가구 수로는 약 511만 가구로 4가구 중 1가구꼴로 추정된다. 이 중 개를 기르는 가구가 18%(507만 마리), 고양이 3.4%(128만 마리), 기타(토끼ㆍ새ㆍ수족관동물 등) 3.1%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커지면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회적 서비스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공원이나 쇼핑몰에 반려동물 운동장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비싼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펫보험 가입도 늘어났다. 애견 용품, 호텔, 유치원 등 반려동물 산업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번에 발표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는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한 내용을 비롯해, 유기·유실동물 보호, 반려동물 편의시설을 확대, 반려동물 관련 민원 해결, 의료비 부담 완화와 같은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동물복지 전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축산업, 실험동물 등에 대한 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고,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강화와 반려동물 교육 등 계획이 다방면으로 망라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보유세’나 ‘부담금’을 당장 부과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충당한다는 것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논란을 야기했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금도 동물병원에서의 치료비에 부가세가 부여되고 있고, 치료비가 부담스러워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며,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청원이 올라온 지 보름만에 2만여 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비롯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반려동물 보유세가 동물복지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찬성하는 편이었다. 대구에서 유기견을 2마리 입양해 8년째 키우고 있는 방 모 씨는 “펫샵에서 사지 않고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해서 키우다보니 유기되는 동물들에게 더 관심이 많아졌다”며 “세금이 유기동물 보호나 동물복지에 쓰인다면 기꺼이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길고양이 출신인 고양이 3마리와 함께 사는 서 모 씨는 “무분별하게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는 길고양이에게 TNR(trap-neuter-return)은 필수고, 반려동물 보유세의 일부라도 TNR에 쓰인다면 찬성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려동물 관련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동물보호·복지 관련 정부 예산은 2019년 기준 연간 135억 원으로 2015년에 비해 무려 9배나 증가했다.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도 지난해 기준 연간 2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예산에는 ‘반려동물산업육성’이라는 이름으로 94억5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예산으로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교육·문화 공간 확충을 위한 ‘반려동물지원센터’ 건립 지원에 48억원, ‘공공동물 장묘시설 설치 지원’에 21억원, 반려동물 전용 운동과 놀이 공간 건립을 지원하는 ‘반려동물 놀이시설 지원’에 3억원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지만, 이를 비반려인들까지 함께 부담하는 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갈등을 막고 지속가능한 반려동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세’를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독일은 반려동물 세금을 시행한 첫 국가로, 이후 많은 유럽 국가에게 제도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독일의 반려동물 세금은 지방세로 지역마다 금액 차이가 있지만, 모든 지방정부가 반려인들이 강아지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매년 ‘훈데스토이어’라고 불리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반려동물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동물 경찰’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동물 학대나 유기 등을 감시·단속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반려견 허가 및 관리 동물 및 조류 규칙’을 통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반려인이 개를 소유하거나 사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세금은 물론 개에 대한 손해배상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한다. 하지만 반려견과 관련된 시설은 정부과 관리하고, 배변 봉투도 무상으로 지급되며, 고급 레스토랑도 개와 함께 갈 수 있다. 스위스는 동물을 학대하면 한화로 최대 12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받을 수 있으며, 동물 전문 변호사들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동물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을 도입해, 동물학대는 물론, 비윤리적인 도축과 매매도 엄격히 금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처럼 투명하게 잘 활용된다면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반대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도 현재 물건처럼 사고파는 분양식의 거래가 아닌, 검증받은 브리더나 동물보호소에서 철저하게 알아본 뒤 입양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특히 철장에 갇혀 기한이 끝나면 안락사되는 단순 수용 시스템의 동물보호소가 아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원형 보호소는 반려동물 문화와 여가 차원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 동물보호센터를 곧 만나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경기 파주시에 건립하고 있는 ‘카라 더봄센터’다. 카라 더봄센터는 유기동물 관리에 급급한 지자체 동물보호소의 현실을 타개하고 국가적 반려동물 보호 시스템의 향상을 위한 기준을 제시할 보호센터로 설계됐다. 구조된 동물이 보호소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입양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고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육과 실행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목표다. 1,200평 대지에 옥상정원과 추모공원, 견사와 묘사, 교육장 등을 갖춘 토탈 동물 보호센터라고 지어지고 있다. 야외 놀이터와 녹지시설은 동물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개방되며, 다양한 반려동물 교육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논란이 뜨거울 반려동물 보유세.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행정이 아닌,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윤리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투명한 행정이다. 대한민국의 향후 동물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반려동물을 비롯한 모든 동물과 관련한 성숙한 문화의 정착일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