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10일간 진행되는 ‘2019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안동시 탈춤공원과 안동 원도심 일원, 하회마을 등 안동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1997년 시작돼 올해로 23년의 역사를 가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에서 800년간 전승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태로 세계 보편문화인 탈과 탈문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 유일의 축제다.
탈(가면)을 쓰고 춤을 추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통 연극이다. 원래는 궁중 행사에서 공연해왔지만 조선 후기에는 민중 문화로 발전했다. 당시 신분 사회를 풍자하거나 민중들의 고달픈 삶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여성의 탈, 탈 속의 여성’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서는 탈과 탈춤 속에 투영된 여성의 모습이 표현된다. 탈놀이를 하면 얼굴은 숨겨도 본인의 감정에는 숨김이 없으며 진실되게 드러낸다. 숨김과 드러냄의 미학은 사람들을 현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탈춤은 사회 속에 나타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솔직한 인간의 감정을 마음껏 드러냄으로써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특히 한국의 탈놀이 속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혼인, 지위, 사랑, 가족제도 등으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해왔던 전통사회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탈놀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항거함으로써 치유와 회복의 기회를 갖는다. 탈놀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의 캐릭터 할미, 각시, 소무, 무당, 기생 등은 놀이 전체에 비해 중요한 역할들은 아니지만 당시 여성의 생활상과 여성 인식을 단면으로 보여준다.
탈놀이가 번성한 조선 후기는 매우 엄격한 남성 중심 사회였고 여성 등장인물들은 남성 시각에서 보는 여성 이미지인데 이번 축제에서는 ‘여성의 탈과 탈 속의 여성’을 통해 탈과 함께 존재해 온 여성의 꿈과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올해 축제는 할미탈, 부네탈, 소무탈, 왕비탈 등 다양한 여성 탈을 테마로 주제공연과 개막식이 열린다. 또한 축제 프로그램 중 20~30대를 중심으로 ‘안동나이트’, ‘탈나이트’로 불리며 인기를 얻은 탈놀이 대동난장은 트롯EDM, 힙합EDM, 디제잉, 드레스 코드 설정을 통한 ‘데이(DAY)’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정적이었던 축제 공간인 탈춤공원의 한계를 벗어나 원도심 구간에 약 1,000여 명의 시민과 300명의 공연단이 함께하는 비탈민 난장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15년 대한민국 글로벌 육성축제 선정 이후 탈문화 교류를 위해 마련된 ‘주빈국의 날’ 프로그램은 올해 우즈베키스탄을 주빈국으로 선정해 상호 교류를 시행한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국제음악축제와 교류, 우즈베키스탄 문화전시는 물론 우즈베키스탄 문화관광부 장관 초청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안동음식관을 조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안동 문어, 안동한우육회, 안동찜닭 등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매년 축제의 공식 마스코트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탈놀이단은 올해 주제를 테마로 한 ‘드리머(Dreamer)’라는 이름으로 축제장 곳곳에서 출몰해 시민과 관광객의 신명을 돋울 계획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지역문화인력 인큐베이팅 역할은 탈놀이단을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지역 내 중,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중심이 된 40여 명의 인원이 지역 연출, 댄스 감독, 음악 감독으로 구성 된 리더들과 함께 축제 기간 1개월 전부터 연습을 통해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게 된다.
이외에도 국가무형문화재 탈춤은 물론 지역별 탈춤, 12개국 13개 단체 해외공연단의 공연, 자유참가작 공연 등 축제장과 시내 일원 공연무대에서 다채로운 공연 감상이 가능하고 전시, 체험, 학술대회,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안동탈춤페스티벌은 안동민속축제와 공동 개최돼 후삼국시대 고창전투를 배경으로 한 차전놀이를 비롯해 안동여성들의 대동놀이인 놋다리밟기, 안동저전동농요 시연 등 안동의 우수한 전통문화예술도 함께 한다.
탈춤축제는 꿈을 실현시키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신적 영역에 대한 표현을 통해 신성세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탈을 쓰면 사회적 익명성을 보장받고 그 익명성은 자유를 가져다준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탈과 탈춤문화는 세계를 하나로 엮어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무아지경이 되는 탈춤의 세계 안동으로 떠나자.
표진숙 팀장 pjs@newsone.co.kr / 사진 안동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