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인가

[전병열 칼럼] 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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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박탈감과 상실감만 야기하는 청문회보다 임명 후 직무 수행 능력으로 평가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통과의례적 청문회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때마다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 분노로 크나큰 정서적 상처를 입는다. 그동안 인사청문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논문 표절, 권력 특혜 등 탈법과 편법의 귀재들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왜 그럴까. 정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물이 없는 걸까. 아니면 황금과 권력 만능주의가 대한민국의 지배 의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까.

고위직 후보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기대로 관행을 들먹이며 인지상정에 관용을 바라는 심리가 강하다. 도덕과 윤리는 뒷전이고 이기심만 가득 찬 이들은 조금도 죄의식이 없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이나 모르쇠, 동문서답으로 오로지 청문회장을 벗어날 궁리만 한다. 인사청문회의 모순이다.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 걸까. 통과의례라고 하기에는 국민 정서에 너무 큰 상처를 남긴다. 물론 국민의 여망에 따라 제대로 된 청문회가 된다면 바람직한 공직자가 임명될 수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6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해 처리한다. 청문회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와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융 및 상거래 등에 관한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의해 비밀이 유지돼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로 진행된다.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 가운데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외 국무위원(장관)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등은 국회 인준 절차가 없다. 다만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하려면 반드시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이들에 대해 청문회만 열뿐 국무총리 후보와는 달리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는다. 헌법상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임명동의안 표결을 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을 받으면 20일 안에 청문회를 마치고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한 뒤 대통령에게 통지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서 기간 내에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추가로 10일을 더 부여할 수 있다. 그 후에도 결과 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도 이들을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는 국회 인준 절차가 없으며, 국회 소관 상임위가 청문회를 마친 뒤 내정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내지만 대통령이 이에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

문제는 청문회가 합리적인 검증시스템으로 운영된다기보다는 당리당략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으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정책 검증보다는 사생활 파헤치기에 경쟁적으로 덤벼든다. 오직 유권자들의 표심에 목을 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에 몰입한다. 이런 식의 인사 검증은 국민의 갈등과 분노만 야기할 뿐 국가 발전에는 백해무익이다. 또한, 법적 구속력도 없는 국무위원의 인사 청문회는 국민의 희망에 허탈감만 안길 뿐이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의례용 청문회로 인식한다면 유명무실한 인사검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여야 정쟁을 일삼다 인사청문 보고서도 내지 못하고 임명되는 장관급 공직자도 있다. 박근혜 정부 때 10명, 문재인 정부에서 16명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장관급 공직자로 임명됐다.

물론 국무위원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차라리 국민의 박탈감과 상실감만 야기하는 청문회보다 임명 후 직무 수행 능력으로 평가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통과의례적 청문회는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우리 국민은 법에 따라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요구한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