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콧구멍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 죽은 알바트로스의 뱃속에 가득했던 플라스틱,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 몇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대기나 바닷물에 미세한 입자 형태로 남아 있던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식탁 위에 다시 올라온다. 문제는 인체에 유입된 이후의 악영향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는 가시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뚜렷한 연구결과조차 없다.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플라스틱은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플라스틱은 1868년 당구공 재료인 상아 대체를 위해 천연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가 개발된 것이 최초이다. 이후 1907년 최초로 페놀계 합성수지인 베이클라이트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가 시작됐다. 플라스틱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일어나게 된 계기는 세계대전이다. 비싸고 단가가 높은 천연자원을 대체하기 위해 플라스틱 군수품이 만들어졌고, 이는 민간용품까지 확장됐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80년대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 뒤였다. 유행은 빨리 바뀌고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제품을 원하면서, 천연재료와 구식 가공법으로는 도저히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이야 플라스틱이 생태계 파괴의 주범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개발될 당시만 해도 플라스틱은 천연자원을 보존하는 친환경적인 재료였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지구 인구는 1960년대 30억 명이었지만, 2017년 75억 명으로 70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두 배 이상 늘은 것이다. 늘어난 인구만큼 철, 유리, 종이 등의 천연자원을 고갈시키는 것보다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겨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또한 단열이나 경량화 소재로 만들어지면서 에너지 절감에 기여한 부분도 크다. 플라스틱의 주원료가 화석연료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4~8%만으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플라스틱으로 전환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플라스틱이 ‘일회용’으로 만들어지며, 소비 이후에 폐기물 처리가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겁 없이 사용한 플라스틱은 서서히 우리의 목줄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쓰레기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쓰레기 섬이 발견됐다. 쓰레기들은 해류를 타고 각 나라를 여행 했다. 태평양의 한 섬의 쓰레기에는 한국 노래방 라이터가 섞여 있고,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국내로 다시 반환되는 일도 발생했다. 쓰레기 처리를 맡아주던 개발도상국조차 쓰레기 수입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플라스틱은 반영구적이지만,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류나 태양열에 의해 마모돼 부스러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를 바다 생물들이 먹고, 그 생물이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굴, 게, 지렁이 등 139개 해양생물 중 135개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해냈고, 영국 해양연구소(PML) 연구원들은 해안에서 발견된 10종의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 50마리의 모두의 내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와 공동연구팀은 바다가 아닌 세계 식수공급의 25%를 차지하는 지하수원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는 것이다.
사실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특성 중 하나인 소수성(疏水性)이 문제다. 소수성이란 ‘물과 친하지 않는 성질’인데, 물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플라스틱 표면에 다른 물질이 쉽게 달라붙어버리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을 흡착해 인간의 몸속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팀은 싱가포르 인근 해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채집해 분석했고,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 275개 조각에서 400종 이상의 박테리아를 발견다. 그 중에는 인체에서 위장염을 일으키거나 상처 감염을 일으키는 등 해로운 박테리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학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어도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유해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미 너무나도 많은 플라스틱을 만들어 쓰고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플라스틱 제조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제로 운동
최근 SNS를 중심으로 ‘#플라스틱제로’ 선언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나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자는 취지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세상에서 이를 배제한 삶은 불편과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고난 그 자체다.
‘#플라스틱제로’ 운동으로 가장 가벼운 실천은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많은 카페에서 개인컵을 들고 오는 사람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면서 텀블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다회용으로 세척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빨대나, 대나무 빨대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식기를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깨지거나 녹슬지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장난감도 나무 소재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장난감을 지양하면서 아이들에게 버려진 플라스틱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은 교육적으로도 유익했다.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수세미도 천연 수세미를 사용할 수 있다. 말린 수세미 열매를 통째로 구입해 잘라서 쓰는 것이라 개수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기름기가 많지 않은 식기는 수세미만으로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어 세제 사용량도 확 줄어든다.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 칫솔도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이 있다. 나무 칫솔은 일반 칫솔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지만, 다 쓰고 나면 땅에 묻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분해가 잘 된다. 칫솔모가 잘 빠지고 손잡이에 곰팡이가 잘 스는 문제가 있지만, 자연을 위해 착한 일을 하는 뿌듯함이 있다.
‘#플라스틱제로’는 섬유도 예외가 아니다. 합성섬유로 된 옷 1.5kg를 세탁하면 그 세탁폐수에서 0.1346g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 우리나라 평균 세탁량을 고려하면 의류에서만 1년에 1천 톤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격이다. 순면이나 마, 린넨 등 천연 섬유로 만든 옷이나 이불, 커텐 등으로 교체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관점에서는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벌크 스토어’도 조금씩 늘고 있다. ‘벌크 스토어’란 식재료를 소분해서 팔지 않고 소비자가 개인 다회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씩 구입하거나, 천이나 유리, 종이 등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등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단 두 곳뿐 이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매장이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면봉, 빨대, 식기 등의 제품을 만들 때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대체 물질을 사용하고,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90%를 수거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장에서 일회용 컵 사용금지’와 같은 방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쓰레기 대책이라고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우선 기존의 분리수거 지침을 다시 재확립하고, 재활용 인프라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분리선별이 쉽도록 재질구조를 통일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제조업체 또한 사용자가 분리수거가 용이하도록 라벨 제거를 개선하고, 과대포장을 줄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재활용 업체의 재활용품 선별기술력 향상으로 재활용된 자원의 품질 향상이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많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제 정말 지구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우리 각자가 무엇이 됐든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야만 할 것이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