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지금 밀양이 나를 부른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밀양 좀 보소
– 밀양 아리랑 中 –
우리나라 3대 누각, 영남루
밀양역에 도착해 밀양역사를 배경으로 인증샷 한 번 찍고 미리 알아본 1번 버스를 타고 영남루로 향했다. 밀양역과 15분가량 거리에 있어 그리 멀지 않았다. 영남루 근처에는 무봉사, 아랑사, 밀양읍성 등 여러 관광지가 모여 있어 한 번에 여러 곳을 둘러보기 좋았다.
버스 정류장 앞 계단을 오르면 영남루로 들어서는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은 사찰에 들어가는 문 중에 첫 번째 문으로 신성한 곳에 들어서기 전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일주문을 지나 양 옆으로는 침류각과 화장실이 보이고 더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영남루가 자리하고 있다.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히며 조선시대 때 객사에 속해 손님을 맞이하거나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그래서 영남루에 올라서 드넓게 펼쳐진 시원한 밀양강 뷰를 바라보면 마음이 탁 트인다.
영남루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천진궁과 함께 정자를 볼 수 있는데 천진궁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17호로 내부에는 단군 이래 역대 8왕조 시조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깊은 역사를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는 장소로 역대 왕조의 시조 앞에서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영남루 구경을 마친 후에는 밀양강에서 오리배를 타며 강 좌우로 보이는 현재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한눈에 담아보자.
여름 대표 피서지, 얼음골
얼음골은 ‘해운대’와 더불어 대표적인 우리나라 여름 관광지로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어 피서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천황산 중턱에 위치해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부터 바위틈에 얼음이 생기고 여름이 끝날 때까지 녹지 않는 얼음은 희한하게도 겨울에는 바위틈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와 얼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얼음골로 향하는 입구에서 15분가량 걸어가면 얼음골 매표소가 나온다. 여기서 표를 끊고 얼음골에 다다르기 전 ‘천황사’라는 사찰을 지날 수 있는데 어느 시기에 창건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됐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곳이다. 천황사를 한 번 둘러보고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너면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듯 암석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와 시원한 기운이 주위를 감싼다. 가파른 돌길을 건너 도착한 결빙지에는 엄청나게 많은 돌들이 있었고 그 주위로 펜스를 쳐 관리를 하고 있다. 돌들 사이사이를 자세히 보면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얼음이 얼어있는 것을 포착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물리칠 곳을 찾는다면 냉기가 흐르다 못해 얼음까지 얼어버리는 밀양 ‘얼음골’을 찾아 가자.
사계절이 아름다운 표충사
‘영남 알프스’라고 불리는 산 중 사람을 살린다는 ‘재약산’의 대표 사찰이 표충사다.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절로 신라시대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유명하다. 당시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있다고 해서 죽림사라고 불렀다. 지금도 무성한 대나무 숲은 남아있다. 표충사에서 가만히 앉아있노라면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피리 소리처럼 들려온다.
표충사는 부처님과 함께 삼대 선사인 사명, 청허, 기허대사의 진영과 위패를 동시에 기리고 있는 불교, 유교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특징적인 사찰이다.
봄이면 벚꽃과 매화들이 사찰을 가득 메워 꽃내음이 향긋하고 여름이면 꽃이 진 후 결실을 맺은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선사 주위를 둘러싸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옷을 갈아입고 반겨준다. 그리고 겨울에는 모든 생명들을 따뜻하게 재워주는 듯한 새하얀 눈 이불로 덮인다.
사계절 내내 두 팔 벌려 안아주는 표충사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