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국정원이 불법 사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또 MBC는 17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 특별팀이 국회의원 컴퓨터를 해킹하고 기업인을 미행·감시한 사실을 법원 판결문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18일 2011년 당시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32명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보고서 원본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종북’ ‘이념오염’ ‘국가정체성 훼손’ 등으로 표현돼 있다.
국정원의 사찰이 국회의원과 문화계 인사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기업인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국정원에서 MB 정권의 불법 사찰 정황을 인정한 점을 토대로 정보위 의결 등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진실을 고백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며 “연일 저급한 정치공세와 습관성 공작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보위에서 ‘김대중 정부 때는 일체 국정원에서 불법 도청이 없었다’고 했는데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불거진 ‘국정원 도청사건’의 주임검사였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가장 조직적인 불법도청이 이뤄졌다”며 “당시 국정원은 수십억 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인 R2 6세트와 휴대폰 감청장비인 카스(CAS)라는 특수 장비 20세트를 활용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 약 1800명의 통화를 무차별 도청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히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야의 정치적입 계산을 떠나서 다시는 이 같은 무법 행위가 없도록 발본색원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힘은 “4월 보궐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국정원과 여권의 공작정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간에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한다. 불법사찰 논란에 야권의 부산시장 후보가 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이때 국정원 불법사찰 논란을 야기하느냐는 것이다.
여야 모두 본질을 벗어난 언행을 중단하고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주기 바란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에 이용하려는 꼼수를 부려선 안 될 것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