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재청 조선 궁중회화의 으뜸 「기사계첩」국보 지정

문화재청 조선 궁중회화의 으뜸 「기사계첩」국보 지정

공유
▲기사사연도(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8세기 초 대표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하고, 「제진언집 목판」,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를 포함한 고려 시대 불화, 조선 시대 목판과 경전 등 5건을 보물로 지정하였다.

국보 제325호 「기사계첩(耆社契帖)」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되었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되었다.

 

계첩은 기로신(耆老臣) 중 한 명인 문신 임방(任埅, 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景賢堂)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金楺, 1653~1719년)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半身)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祝詩) 등으로 구성되었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金振汝), 장태흥(張泰興)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계첩」만의 특징이다.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

보물 제2014호 「제진언집 목판(諸眞言集 木板)」은 1658년(효종 9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神興寺)에서 다시 새긴 ‘중간(重刊) 목판’으로, 「불정심다라니경(佛頂心陀羅尼經)」, 「제진언집목록(諸眞言集目錄)」, 「진언집(眞言集)」등 3종으로 구성되었다. 이 목판은 1569년(선조 2년)에 전라북도 완주 안심사(安心寺)에서 처음 판각되었으나, 안심사본 목판은 현재 전하고 있지 않으므로 신흥사 소장 목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에 해당한다.

한글, 한자, 범어(梵語)가 함께 기록된 희귀한 사례에 속하며,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 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또한, 신흥사가 동해안 연안과 가까워 수륙재(水陸齋) 등과 관련된 불교 의례가 빈번하게 시행된 사실을 고려할 때 강원도 지역의 신앙적 특수성과 지리‧문화적인 성격 그리고 지역 불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

보물 제1306-2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成達生)과 성개(成槪) 형제가 부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법화경(法華經)」을 정서(精書)한 판본(板本)을 바탕으로, 1405년(태종 5년) 전라북도 완주 안심사(安心寺)에서 승려 신문(信文)이 주관하여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變相圖)가 6면에 걸쳐 수록되어 있고,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口訣)이 전반적으로 표기되어 있고 한글로 토(吐)가 달려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판각 이후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의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서도 학술 가치가 높다.

보물 제2015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高麗 千手觀音菩薩圖)」는 14세기경에 제작된 고려 시대 작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이다. 천수관음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 또는 ‘대비관음(大悲觀音)’이라고도 불리며, 각기 다른 지물(持物)을 잡은 40~42개의 큰 손과 눈이 촘촘하게 그려진 작은 손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되었으나,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과 화면(畫面) 위를 가득 채운 원형 광배(光背), 아래쪽에 관음보살을 바라보며 합장한 선재동자(善財童子), 금강산에서 중생이 떨어지는 재난을 묘사한 타락난(墮落難) 등 관음신앙과 관련된 경전 속 도상을 충실하게 구현하였다. 요소마다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필력으로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해 매우 우수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고려 불화 중 현존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 뿐 아니라 다채로운 채색과 금색 물감(금니, 金泥)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 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보물 제2016호 「불정심 관세음보살 대다라니경(佛頂心 觀世音菩薩 大陀羅尼經)」은 관세음보살의 신비하고 영험한 힘을 빌려 이 경을 베끼거나 몸에 지니고, 독송(讀誦)하면 액운(厄運)을 없앨 수 있다는 다라니의 신통력을 설교한 경전이다. 이번에 지정된 경전은 권말의 발문과 시주질(施主秩, 시주 명단)을 바탕으로 1425년(세종 7) 장사감무(長沙監務) 윤희(尹希)와 석주(石柱) 등이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자신과 가족의 다복(多福), 사후(死後) 정토(淨土)에 태어날 것을 발원하여 판각한 경전임을 알 수 있다.

 

3권 1첩으로 구성된 수진본(袖珍本)으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판본이자 국보․보물 등으로 지정된 유사한 사례가 없어 희소성이 있다. 조선 초기의 불교 신앙과 사회사, 목판인쇄문화를 살필 수 있는 경전이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관리 할 가치가 있는 자료이다.

보물 제2017호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慶山 新垈里 一號 木棺墓 出土 靑銅虎形帶鉤)」는 2007년 경상북도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에서 출토된 유물로 일반적으로 ‘호형대구(虎形帶鉤, 호랑이모양 띠고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복과 칼자루 등에 부착한 장식품이다. 호형대구 혹은 마형대구(馬形帶鉤) 등으로 분류되는 동물형 띠고리는 북방계 청동기 문화와의 관련성이 일찍부터 논의됐으며, 청동기 시대부터 초기철기 시대의 지배층을 상징하는 중요한 위세품(威勢品)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금까지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현존 수량도 적지만, 대부분 파손상태가 심하거나 정식 발굴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하는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유사한 양식의 호형대구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고 뛰어난 주조기법으로 제작된 금속공예품이자, 정식 발굴조사로 출토 위치와 공반유물(供伴遺物) 등이 모두 밝혀진 중요한 예로서 역사적․문화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이번에 지정한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발굴출토품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기 위하여 지난 2016년부터 문화재청이 추진하고 있는 중요 매장문화재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 지정 사업의 결과이다.

문화재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협력하여 이번에 국보와 보물로 지정한 문화재 6건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서연 기자 ls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