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북한이 잇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경제·안보 위기가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21대 국회가 후반기 원(院) 구성조차 못한 채 1주일째 공백 상태라니 개탄스럽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오직 당리당략과 진영 패권 다툼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전반기 국회의장단은 임기를 모두 마친 상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원 구성 협상이 곧바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야 원내대표단은 협상을 뒷전으로 미뤘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다투는 데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 후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가 공전하면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미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김창기 후보자의 경우는 1차 시한(20일)이 다 돼가지만 아직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김인철·정호영 전 후보자 낙마로 장관직이 공석인 교육부·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사운영과 방역 대책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다.
만약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까지 청문회를 실시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이들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고, 김승희 후보자는 이해충돌 논란과 부동산 편법 증여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이런 후보자들이 국회 검증대를 거치지 않고 장관으로 임명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전반기 의장단 임기 만료일 5일 전 선출한다는 국회법조차 지키지 못하고, 입법부가 스스로 법을 어긴 셈이다.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김진표 의원을 선출한 상태이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법사위원장 몫을 이유로 의장단 선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국정 운영 주체인 여당의 책임도 있지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양보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원점에서 재협상하려는 민주당의 욕심이 지나치다.
여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시민들은 고단한 삶을 이어가며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있다. 시급히 국회를 정상화해 청문회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의 민생고는 화급을 다투는 일이다. 국회는 물가 안정에 국력을 모아야 할 때임을 명심하라.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