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지난 2월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1850~1927)의 유품이자 주미대한제국공사관과 관련된 외교자료 8점을 기증받아 언론에 공개했다.
공개 자료들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이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복원하면서 고증 사료를 찾는 과정에서 그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 동안 이상재 선생의 종손인 이상구(74세) 씨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간직하다 이번에 기증했다.
이상재 선생은 1887년 주미공사관의 서기관으로 임명되어 박정양 초대 주미공사와 함께 1888년 1월 미국 워싱턴 D.C.에 들어갔다가 같은 해 11월 박정양 공사와 함께 다시 귀국할 때까지 현지에서 주미공사관을 개설하는 등 공관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번에 공개하는 자료들은 이 시기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한다.
기증 자료는 문헌자료 5점과 사진자료 3점이며, 특히, 「미국공사왕복수록(美國公私往復隨錄)」과 「미국서간(美國書簡)」은 그간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최초의 자료다. 당시 미국과 협상 중이던 중요 현안업무와 공사관의 운영, 공관원들의 활동상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존 유일의 외교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공사왕복수록」은 공관원들의 ‘업무편람’ 성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 1883년 미국 아더 대통령(Chester A. Arthur)이 초대 주한공사 푸트(Lucius H. Foote)를 조선에 파견하며 고종에게 전달한 외교문서를 비롯해 ▲ 박정양 공사가 미국정부 또는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각종 문서들 ▲ 주미공사관을 통해 추진했던 조선왕조와 미국정부 간 각종 현안사업과 관련된 문서들 ▲ 업무수행에 필요한 각종 비망록 등이다.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한철호 교수는 이번 이상재 선생 유품자료가 19세기 조선왕조의 생생한 대미외교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한다. 특히 「미국공사왕복수록」, 「미국서간」은 기존에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최초의 발굴 자료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관련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관원이 직접 기록한 귀중한 자료라며 기증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비롯해 국외소재문화재의 발굴과 환수·활용에 최선을 다해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지키고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전세리 기자 jsr@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