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모든 변화의 물줄기는 계속된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모든 변화의 물줄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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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에 머무는 박물관이 아닌 해양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곳으로 만들겠다.”

지난 1월 18일 ‘대한민국 해양문화 비전을 말하다’는 주제로 국회해양문화포럼이 개최됐다.

2017년 7월 발족 이후 매번 국회에서 포럼과 토론회를 열었던 국회해양문화포럼이 처음으로 부산에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국립해양박물관을 토론 장소로 선택했다.

▲국회해양문화포럼에서 기조발표하는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해양문화 인프라와 오션 소프트파워’라는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는 해운·항만·조선·수산 등 전통적인 해양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해양환경·관광·문화·교육에서는 열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육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해양의식을 제고하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관장은 해양문화 활성화를 통해 해양 소프트파워를 높이려면 다양한 해양유산을 재발견하고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반도 전체가 섬과 다름없는데도, 육지 중심의 사고로 바다는 늘 의식 저편의 파편 조각으로 남아있다. 바다는 인류의 삶 그 자체다. 우리가 일하고, 먹고, 놀이하는 공간이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에 남아 있는 해양생활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고래 잡는 어부’, ‘잘 지은 통나무배’ 등. 중국·일본에도 없는 한반도만의 특색을 지닌 해양문화 유산이다. 해양 탐험의 신화 전설인 연오랑세오녀, 실효적으로 해양을 경영했던 장보고, 세계 3대 해전사에 포함되는 이순신 같은 인물은 쉽게 찾기 어려운 해양문화 사례들이다.

대륙형 사고가 정주적, 고착적, 위계적, 고체적인 사유 형태를 지향하는 반면, 해양형 사고는 모험적, 유동적, 자유분방, 낙관적, 액체적인 사유 형태를 지향한다.

이러한 해양형 사고를 지향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인류 전체의 바다 이야기와 역사를 담아내려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해양박물관이다.

2012년 7월에 개관한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 관련 유물 수집·연구,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해양미래비전을 제시하고 해양문화 인프라 구축으로 해양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박물관이다.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모험에 적극 나서는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립해양박물관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본지 기자와 대담 중인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국립해양박물관이 국민에게 국립박물관이라는 인식보다 시립박물관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국립해양박물관은 위치만 부산이지 국립기관입니다.

부산 영도 해양클러스터에 국립해양박물관이 있어 인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등 해양 관련 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국민이 쉽게 찾기에는 대중교통편이 다소 불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벡스코와 서울에서 해양아카데미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해양박물관이 나가겠다는 의지표명의 시작점입니다.

전라북도 도지사를 만나 전북에 환황해 박물관을 만들기로 이야기를했고, 제주도에는 오션 에코 뮤지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주 대정서초등학교를 리노베이션해 마을 전체를 바다 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기존 고정적 건물 위주가 아니라 환경 생태 친화적 마을을 박물관으로 구상해 일상에 스며들 수 있게 한다면 좀 더 해양을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화를 위해 타 지역에 많은 해양 관련 기관 건립을 구상 중이지만 국립해양박물관이 있는 부산을 해양 메카로 육성키 위해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부산항 북항 1부두 주변은 역사문화보존지구로 보존됐습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본떠 만든 옛 국제여객터미널(현 연안여객터미널)을 항만역사관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 박물관은 이 항만역사관에 해양교육문화센터를 세워 해양문화 메카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해양교육문화센터에다 오션아트갤러리도 만들어 해양문화의 중심지로 키워가고 싶습니다.”

지난해 7월 취임 후 국립해양박물관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외형적 확장, 내형적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문화의 확산과 해양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MOU 협약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10여 개 이상의 기관과 MOU 체결을 했습니다. 북한 관련 해양 전시자료 확보를 위한 교류 협력, 북한 및 통일 관련(해양 관련) 연구·교육 및 인적 교류 협력 등을 위해 통일연구원과 협약 체결을 했고, 해양문화 및 해양안전 관련 전시를 위한 해양자료(선박 등 포함) 등 교류 협력, 해양의식 확산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공동협력을 위해 선박안전기술공단과도 협력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해양 클러스터에서 해양문화를 통한 해양강국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양박물관은 산업 기술 선박이 들어갈 창고형 수장고가 필요합니다. 낡은 목선에서 선박 엔진, 잠수함까지 수집해야 하는 만큼 창고형 수장고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2부두 항만에 수장고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타이완에 유류 선박, 베트남 배, 인도네시아 배 등 선박 수집도 시작했습니다.

또한 근대회화도 벌써 구입을 했습니다. 다만 그림 하나에 가격이 높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구입은 못하고 1년에 2~3점씩 그림을 수집할 생각입니다. 아직은 몇 점 없어 전시전은 못 하지만 언젠가는 ‘바다를 그리다’, ‘해양 회화 특별전’ 같은 전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향적으로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인사 조정도 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는 직원들도 있고, 새로운 질서에 진통을 겪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도를 겪지 않는다면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임기 중 이루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박물관을 지으면서 잘못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관람객들이 쉽고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야 하는 데 지금 우리 박물관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전면적 개편을 통해 준 창립에 가깝게 바꿀 생각입니다. 어린이박물관도 현재는 2층에 있지만, 1층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1층 양쪽으로 터서 대규모 고급 기획전시를 할 수 있게 탈바꿈하겠습니다.

3층에 위치한 수족관도 바꿀 계획입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수족관이 아니라 박물관 일부입니다. 수족관의 순기능도 분명 있지만, 악기능도 있습니다. 소금기가 날아다니다 보니 습도조절이 문제입니다. 박물관이랑 습도는 상극인데 그게 집안에 들어있으니 비극적 만남입니다. 어떻게 극복할 건지 좀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사이버 수족관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지만, 사이버 수족관을 만들어서 전부 해결될 것이 아니라 특성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크기가 다른 제각각의 물고기를 들이는 것이 아닌 큰 해파리를 들여 해양박물관만의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힘이 약할 때는 작고 강한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처럼 리노베이션은 필연적입니다.

박물관 전시와 리노베이션 외에도 컨테이너 아키텍처(Container Architecture)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컨테이너는 해양물류의 상징입니다. 컨테이너 전시관이라든지 상점이라든지 등을 만들면 많은 관람객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독자와 국민들에게 한마디.

“저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서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립해양박물관의 수준을 확대시켜 많은 국민과 관람객에게 문화·복지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바다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친화적이고 해양친수적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변화하겠습니다.

국내 유일 국립해양박물관으로서 해양 의식과 문화를 드높이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변화의 물결 위에 떠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으로 오셔서 방대한 바다 이야기 서사의 한 줄을 함께 작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경희대 대학원 민속학(석·박사)을 전공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2여수세계박람회 전략기획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해양르네상스위원장, 해양수산정책위원장, 국회해양문화포럼 민간집행위원장,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으로 있다.

대담 / 황정윤 · 이한슬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