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출퇴근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롱패딩을 입고 몸을 꽁꽁 싸맨 채 가던 길을 간다. ‘지금보다 더 추우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이 문득 든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 몽골 울란바토르의 겨울 최저기온은 영하 40도 이하이다. 몽골은 1년의 반 이상이 겨울인 나라로 겨울 평균기온은 영하 20도다. 이곳의 아이들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날에는 출석률이 현저히 낮다. 최근 석탄 난방을 사용하는 가구가 많아 대기 오염수준도 급격하게 나빠져 일부 학교에서 임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몽골 울란바토르는 여러 항공사에서 새롭게 취항하면서 여행객들에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곳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 게르(몽골의 전통 천막 가옥)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게르의 천을 뚫고 들어오는 찬 기운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서로의 체온뿐인 몽골인들을 생각하면 마냥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여행자에게도 환경과 현지인에 대한 책임 의식을 부여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강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여행지의 미래를 해치지 않으면서 여행자와 현지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속 가능한 관광의 개념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것이 더 공정한가
보통 여행을 가면 가성비를 많이 따진다. 가성비 좋은 숙소, 가격 대비 맛있는 식당, 특가 항공권 등 저렴하게 여행을 다녀오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여행 행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보다 도보나, 자전거, 기차를 이용한 여행을 즐긴다. 또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현지인이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을 맛본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현지인이 만든 의미 있는 물건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산다. 이른바 ‘공정 여행’이다.
공정 여행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개념으로, 현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으로, ‘착한 여행’, ‘책임 여행’이라고도 불린다. 즐기기만 하는 여행에서 초래된 환경오염, 문명 파괴, 낭비 등을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1980년대에 유럽 일부 국가나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초 중국 윈난 성 소수민족을 만나는 ‘공정 여행 1호’ 상품이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관광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씩 성장하지만 관광으로 얻어지는 이익의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에 관광 현지에 있는 현지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경우 미비한 실정이다. 여행객은 현지인들에게는 그저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고, 특히 저소득 국가의 경우 더 심하다.
대표적인 예로 ‘커피’가 있다. 일반 커피의 경우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1%에 미달하며, 90% 이상이 가공 및 유통,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공정무역 커피는 유통비를 최소화하여 농민의 수익과 그들을 위한 투자로 이어진다.
공정여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지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여행의 완성, 공존 가능한 여행을 만든다.
지자체에서도 지속 가능하고 지역에 보탬에 되는 공정 여행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이틀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8권역에 속한 광주·목포·담양·나주에서 ‘지역을 살리는 공정여행 팸투어’가 진행됐다.
이번 팸투어 진행과 관련해 전고필 감독은 “공정 여행을 고민하는 다양한 분들과 서로 힘든 얘기도 나누고, 아이디어도 나눠보기 위해 팸투어를 진행했다”며 “앞으로 공정여행을 육성할 수 있는 자원, 지역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여행 중에 선택해야 하는 음식, 숙박, 관광과 같은 것에 대한 기준을 ‘어느 것이 더 저렴한가?’에서 ‘어느 것이 더 공정한가?’로 바꾸면 된다. ‘어디로’ 여행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지를 고민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여행을 되돌아보았을 때 지역의 현지 주민들에게, 자연에게, 나 자신에게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공정 여행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