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경주 분황사지(慶州 芬皇寺址)’와 ‘경주 구황동 원지 유적 일원(慶州 九黃洞 園池 遺蹟 一圓)’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2건의 유적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지만 다른 시기의 다른 유적이다. 한때 구황동 원지가 분황사에 속한 사원지(寺園池)로 여겨진 적도 있었으나, 발굴조사 결과 출토되는 다양한 유물의 시기를 추정해 볼 때 두 유적은 별개의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 분황사지’는 신라의 대표적인 사찰 가운데 하나인 ‘분황사’가 있던 곳이다.「삼국유사」,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분황사’는 선덕왕 3년(634)에 창건됐다. 신라의 승려 자장(慈藏)과 원효(元曉)가 머무르면서 불법을 전파했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발굴조사가 이뤄져 현재의 경역 내·외부를 확인했다. 창건 당시 신라 최초의 품(品)자형 일탑삼금당식(一塔三金當式) 가람으로 축조됐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세 번의 중건을 거쳐 광해군 원년(1609)에 현재의 금당인 보광전을 조성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탑삼금당식(一塔三金當式) 가람: 사찰에서 탑을 중심으로 동·서·북면 세 곳에 법당을 배치하는 양식
분황사는 황룡사, 흥륜사 등과 함께 신라의 삼국통일 이전 왕경(경주)에 조성됐던 칠처가람(七處伽藍)의 하나다. 국보 제30호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장기간의 체계적 발굴을 통해 가람의 배치 양상과 그 변화상뿐만 아니라 경역의 대부분을 규명한 사찰로써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칠처가람(七處伽藍): 신라 불국토설(佛國土說)의 하나로, 경주에 있었던 7개소의 가람터(지금의 흥륜사, 영흥사, 황룡사, 분황사, 영묘사, 천왕사, 담암사)
‘경주 구황동 원지 유적 일원’은 처음 경주 황룡사지와 관련한 전시관 건립 부지로 선정됐다. 1999년 시굴조사를 하던 중 통일신라시대의 석축, 담장, 우물 등의 유적을 확인하고, 2004년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원지 유적이다.
원지는 중심부에 크고 작은 인공섬 2개가 있다. 그 주위에 입수로와 배수로, 건물지, 담장, 축대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출토된 여러 유물을 통해 원지의 조성 시기, 변화상, 공간배치 등을 알 수 있어 통일신라시대 조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구황동 원지는 동궁과 월지, 용강동 원지에 이어 원지의 조성연대, 규모, 내부구조 등을 확인한 세 번째 신라왕경 원지 유적으로 희소성이 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황정윤 기자 hjy@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