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휴가철에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가느라 걱정하는 건 과거의 일이다. 시설과 안전이 확실한 애견호텔이 즐비하고, 반려동물과 동행할 수 있는 ‘펫트립’이 활성화되면서 동물을 동반한 여행과 이동이 충분히 가능해졌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하위등급의 동물이 아닌 진정한 가족구성원으로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호텔이 늘고 있으며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할 수 있는 여행 장소, 카페, 음식점도 다채롭게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려동물을 동반한 관광객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정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펫트립 관련 업계의 변화와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갈등에 대해 알아봤다.
애완동물 아닌 반려동물, 인식의 변화
언제부턴가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대체적으로 쓰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고 지내는 방식은 같지만, 주로 이용하는 단어가 바뀐 것은 시대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애완동물’은 동물을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은 짝이 되는 동물, 친구와 같은 동물을 말한다. 사람과 동등한 생명체로서 동물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의 동물보호 의식 수준과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를 파악하기 위해 2017년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8.1%로 4가구 중 1가구는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대우하는 만큼 동물이 집에 방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여행지와 카페, 음식점, 호텔 등이 다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면, 특히 어린 가족이라면 항상 동반하며 돌보듯이 반려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대우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반려동물 출입 호텔, 돌봄 로봇 등 시장 확대
반려동물의 동반 출입이 가능한 호텔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마당을 이용할 수 있는 몇몇 펜션에서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호텔에서도 반려동물의 동반 투숙을 허용하고 편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호텔의 경우 반려동물 동반 전용 층 및 객실을 지정하거나 패키지를 판매한다. 동반 출입이 가능한 객실에는 반려동물 전용 어메니티, 쿠션, 식기 등 용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호텔 내 식당에 반려동물 전용공간을 마련한다.
유명 관광지나 휴양지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펜션을 찾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펜션에서는 반려동물과 투숙객의 안전을 위한 펜스를 설치하고 넓은 장소에서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와 수영장도 다수 마련돼 있다. 수영장이 있는 펜션에는 대체적으로 반려동물용 구명조끼와 튜브, 파라솔, 미끄럼틀 등을 구비해 놓는다. 펜션 내부에는 배변판과 반려동물 어메니티, 침대 등이 마련돼 있다. 반려동물 전용 욕조와 살균 드라이룸, 구급상자 등을 마련한 펜션도 있다. 펜션은 호텔보다 반려동물 출입이 먼저 시작된 영향으로 보다 세심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반려동물로 인해 대중교통에서 눈치 볼 일도 이제 없다. 반려동물과 동반 승차하는 ‘펫 택시’ 업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펫 택시는 전화나 메신저, 앱 등을 통해 예약을 하면 펫 택시가 예약자를 찾아오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콜택시나 택시 앱과 비슷하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처럼 눈치 볼 필요도 없는 데다, 반려동물 전용 시트와 안전벨트 등을 갖추고 있어 반려인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나 장비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동반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업체가 다수 등장했고, 최근에는 절에서 반려동물 동반 템플스테이도 열렸다. 맞벌이 가정이나 1인 가구의 경우 홀로 남은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로봇도 출시됐다. 구루 IoT에서 개발한 반려동물 돌봄 로봇은 동물의 움직임을 감지해 간식이나 동영상을 제공하고, 빈집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반려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동물복지 향상, 동시에 갈등도 높아져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고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커지는 것은 반려동물 문화를 사이에 둔 갈등일 것이다. 일 년에 몇 차례씩 개에 물려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이 이웃을 물어 사망한 사고와 같이 충격적인 소식이 갈등을 부추기긴 했지만, 이에 앞서 무례하게 반려동물을 키워온 반려인들의 태도야말로 갈등의 원인이다.
때문에 관광지에서 반려동물 입장 여부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실례로 지난여름 반려동물 동반 입수가 가능한 해수욕장과 불가능한 해수욕장을 두고 의견차가 컸다. 양양의 광진해수욕장, 태안의 꽃지해수욕장 등은 반려견과 동반 입수가 가능하다. 강릉의 안목해변과 제주 협재 해수욕장은 백사장까지만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광객은 동물을 집에 홀로 남겨두고 여행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안도하고, 가족의 일부라 생각하기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관광지를 환영한다. 하지만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반려동물을 입장시키는 것을 불쾌해하거나 불안해하는 이들도 다수다.
반려동물과 여행 시 반려견은 개체 특성 상 다른 관광객을 향해 짖거나 달려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은 겁을 먹게 마련인데,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반려인들의 자세는 지극히 이기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반려인은 동물의 목줄을 수시로 점검하고, 타인과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여행 매너를 갖춰야 한다. 또한 여행 시 반려동물의 배변봉투나 패드, 구급약을 충분히 챙기고 리드줄이나 목줄의 여유분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지자체, 동물단체, 지역단체 등에서 반려동물 축제를 주관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제고와 인식 개선에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단체에서 인식 개선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스스로 각성하고, 여행 시 예의를 준수하는 자세를 갖춰야 펫트립을 향한 눈초리가 보다 너그러워질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