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연팀 중 유일하게 초청 받아, 한국의 고품격 공연예술 알려
바르셀로나에서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페스티벌 ‘라 메르세’에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이 공식 초청을 받아, 우리의 고품격 공연예술을 스페인 관객들에게 널리 알렸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대사 전홍조),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과 바르셀로나 시청, 라 메르세 측의 공동 협력 하에 현대무용단 LDP무용단(대표 김동규)과 예술단체 아이모멘트(대표 노제현) 두 팀이 한국을 대표해 공식 초청된 가운데, 지난 22일(현지시각) 두 팀 모두 첫 무대를 통해 현지 관객뿐만 아니라 축제 관계자와 다른 아티스트들까지 압도하는 무대 장악력을 보이며, 한국 공연예술의 막강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LDP무용단과 아이모멘트는 축제가 폐막되는 24일까지 각각 총 6회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초부터 한국문화원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온 라 메르세 내 거리공연제 예술감독 마르타 알미랄(Marta Almirall)은 작년 ‘서울거리예술축제’에 참가해 다양한 한국 작품들을 접하게 됐으며, 심도 깊은 주제의식과 이야기를 전개하는 아이디어, 본질을 형상화하는 감각적인 움직임의 조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특히 LDP무용단과 아이모멘트 두 팀의 경우 신체의 움직임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오늘날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전 세계 모든 현대인의 심리와 감성을 적확히 파고드는 호소력을 갖고 있다는 데서 초청을 강력히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LDP 무용단은 트리니탓 공원(Parc de la Trinitat)에서 작품 <Look Look>을 13시와 18시에 각각 2차례 공연을 선보였으며, 본질적 정체성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스토리와 현란한 움직임,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들뿐만 아니라 축제 관계자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감상한 현지 시민 호르헤 프란츠(Jorge Franz, 33세)는 “한국 현대무용은 처음인데, 공연 내내 소름이 수차례 돋았다. 믿을 수 없다”라고 벅찬 감동을 전하며, “남 탓하기, 왜곡된 집단주의, 불안과 두려움 등 인간군상이 지니는 한계와 모순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해하지만 매력적이고, 눈을 뗄 수 없이 화려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현대적인 동작들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고 감상을 밝혔다.
LDP 무용단은 라 메르세 축제 참가 직후, 9월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개최되는 ‘밀라놀트레(MilanOltre 2018) 현대무용축제’에 한국무용단 최초로 4작품을 6일 연속 초청공연하며, 유럽 관객들과 계속 만날 예정이다.
같은 날 극단 아이모멘트는 22일 시우타델라 공원(Parc de la Ciutadella)에서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인간의 내면적 본능과 갈등을 움직임과 오브제를 이용해 표현한 작품 <고백(go back)>을 14:15과 18:00 두차례 공연했으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축제 관계자 안느 소피 페레스(Anne Sophie Peres)는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안무가 탁월”하다고 밝힌 뒤 덧붙여, “한국 사회의 특수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매우 동시대적인 주제를 지닌 작품이다.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유럽의 이민 이슈를 떠올렸다. 관객 모두 저마다의 시각에서 깊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았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 이종률 문화원장은 “매해 300만 명이 참가하는 명실상부 바르셀로나 최대 축제 ‘라 메르세’에서 한국 공연예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기쁘다”고 밝힌 뒤, “더불어 오는 10월에는 안달루시아 주 말라가에서 김복희 무용단이 한국 현대무용을 선보일 예정인데, 스페인 전역에 한국의 우수한 공연예술을 널리 알리는 한 해를 만들게 된 데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1902년부터 현재의 축제 형태로 시작해 벌써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 최대 축제인 ‘라 메르세’는 지난 21일 19시 공식 개막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4일간 바르셀로나 도심 곳곳에 위치한 베뉴 22곳에서 211개 팀의 공연을 총 500회 이상 선보였다.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