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울고 웃는 한옥마을 ‘익선동’

울고 웃는 한옥마을 ‘익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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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골목

어른 두세 명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선 한옥이 매력적인 동네 익선동. 넘치는 인파와 외국인관광객으로 피로해진 북촌과 서촌을 피해 아늑하고 조용한 한옥마을을 원하는 이들이 종로의 익선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익선동은 2014년경 SNS로 전파되면서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로 인기를 끌었다.

다행히 익선동은 지난 3월 서울시 내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됐다. 이로써 건물높이 제한과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 규제 등이 시행됐다. 하지만 익선동 고유의 매력을 지속하기엔 어려울 전망이다. 일찍이 한옥을 리모델링해 익선동을 알리는 데 주요 역할을 해온 매장들의 계약 완료가 대부분 2020년 전후로 끝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유명세를 타면서 매매가와 임대료도 부쩍 상승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고요하고 정겨웠던 익선동, 그 명맥은 이어질 수 있을까?

고요했던 뒷골목이 핫플레이스가 되다

▲익선동 골목

종로3가역 4번 출구에서 낙원상가 뒷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작은 한옥들이 즐비한 익선동이 자태를 드러낸다. 뼈대는 한옥이지만 그 안은 빈티지한 매력이 가득한 카페, 레스토랑, 수공예숍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익선동은 번잡한 종로구에서 100여 채의 한옥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이미 상권이 부흥한 북촌, 서촌에 비해 익선동은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예스러움을 보존할 수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골목골목 거닐며 산책을 하며 작은 한옥마을을 마음껏 즐긴다.

작은 매장들 역시 익선동의 특색을 살리는 데 한몫한다. 일면 ‘가게 맥주’라 불리는 ‘가맥’을 즐길 수 있는 동네 슈퍼, 말끔한 한옥에서 맛보는 프랑스 가정식, 개화기를 모티브로 한 양과점 등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조용했던 익선동은 하루아침에 핫플레이스가 됐다.

재개발과 보존의 경계에서

익선동은 지난 2004년 재개발구역으로 묶여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한옥 보전을 위해 재개발 계획을 부결했고, 2014년 재개발추진위원회도 자진 해산하면서 현재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익선동 일대를 서울시내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했다.
더불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종로구 익선 도시환경정비구역 해제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한옥은 최대한 보존하고 돈화문로, 태화관길 등 가로변과 접한 곳에선 건물 높이를 5층(20m) 이하로 제한된다. 한옥과 전통문화 관련 용품, 한옥 체험업 등 권장 용도로 쓰이는 건물의 건폐율은 완화하고, 프랜차이즈 업체와 대규모 상점은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시 측에서 익선동의 보존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집값은 오르고, 소비자 부담도 올랐다

문제는 작은 한옥마을에 상권이 집중되면서 오르는 매매가와 임대료다. 매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익선동 내 한옥의 임대료가 ㎡당 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훌쩍 뛴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이 이뤄진 한옥의 권리금은 전용면적 60㎡(20평) 기준 1억~1억5,000만 원으로 형성돼 있다. 높은 가격에도 현재 익선동에는 매물이 없어 거래가 불가능할 정도다.

또한 초기에 한옥 내부를 리모델링해 빈티지풍 가게를 열고 익선동을 알려온 매장들의 계약 완료가 대부분 2020년 전후로 끝날 예정이다. 계약 시점에서는 5년 임차 보장과 임대로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이 있었으나, 임대료 상승 추세를 보면 계약 만료 이후의 영업을 장담하기 어렵다.

상가의 임대료와 더불어 익선동 주택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익선동 아파트 시세 변동 추이를 보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평당 시세가 590만 원, 전세 가격의 시세는 평당 445만 원이다.

▲익선동 아파트 시세변동 추이 (출처 : 네이버 부동산)

이처럼 오르기만 하고 떨어질 줄 모르는 임대료와 집값은 결국 익선동을 찾는 소비자의 지갑을 겨냥하고 있다. 익선동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및 음료는 5~7천 원대다. 늘 사람이 몰리는 빈티지 카페의 경우 커피류는 8천 원대, 팬케이크는 2만 원대로 다소 비싼 가격이다. 이 밖의 식당들도 가볍게 먹을 정도의 가격대는 아니다.

기업의 영향력에 잠식된 익선동

아기자기한 소규모 가게들이 나열된 익선동이지만 기업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서울시에서 프랜차이즈와 대규모 상점의 입점을 규제했다고는 하나 익선동에는 이미 주도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임대하는 기업이 터를 잡고 있다.

1920경양식, 열두달, 익동다방, 틈, 동남아, 엉클 비디오 타운, 별천지, 낙원장, 르불란서 등 익선동을 뒤덮은 각양각색의 가게들은 놀랍게도 모두 ‘㈜익선다다’라는 한 업체의 작품이다. 건물 임대업체인 익선다다는 한옥을 개조해 직접 가게를 운영하거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익선다다와 같이 한옥을 개조하고 창업가를 모집하는 업체로 ㈜이태리총각, ㈜창화당 등의 법인들이 있다.

서울시 측에서 프랜차이즈와 대규모 상점 입점을 막았다고는 하나 이들 업체의 운영방식은 주요 일대를 점령하는 대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직접 운영하는 가게 외에도 컨설팅을 통해 새로 창업한 가게까지 합치면 익선동 상권은 대형 법인들 주도 하에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익선동 일대 한옥은 118채 가운데 37채만이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상업시설 등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 카페와 음식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14년경부터 주거민들이 급격히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대형 법인들의 상권 가속화와 부동산 가격 상승, 더불어 소비자의 지갑을 겨냥한 익선동 한옥마을의 명맥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지금은 재개발을 위한 대규모 철거만 이뤄지지 않았을 뿐, 동네 본연의 모습이 무너지고 있지 않은지 지자체와 시민들이 돌이켜볼 시점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