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갈등하는 제주, 무사증 제도 존폐 논란

갈등하는 제주, 무사증 제도 존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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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목적의 외국인이라면 비자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우리나라 제주도가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02년부터 도입된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무사증 제도로 인한 불법체류자가 늘어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5월 예멘에서 난민 500여 명이 대거 입국하면서 제주는 논란의 섬이 됐다. 예멘 난민들의 구제에 필요한 혈세 이용에도 국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록된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의 청원에 58만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곧 다가올 휴가철 제주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도 대거 취소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목적을 분명히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멘 난민으로 인해 촉발된 무사증 제도 존폐 논란과 대응책에 대해 알아봤다.

갑작스런 난민 유입, 사회적 논란으로 번져

지난 6월부터 ‘예멘 난민 유입’에 관한 뉴스가 연일 전해지고 있다. 법무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무사증 제도로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은 561명으로 그 중 549명이 난민신청을 한 상태다. 이 중 남성은 504명, 여성은 45명이며 18세 이상자가 523명이니 건장한 예멘인 남성이 대거 유입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 불안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반대 측은 난민 증가로 치안이 위험하고 국민 일자리가 잠식된다는 의견과 무슬림과의 문화 차이로 인한 범죄 가능성을 근거로 삼는다. 반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다.

난민에게 매달 지급되는 생계비 역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민 정서에 화를 돋우는 계기가 됐다.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신청일로부터 6개월간 생계비를 지급받는다. 생계비는 지원센터 비입주자의 경우 1인 가구에 432,900원으로 시작해 5인 가구에 1,386,900원까지 지급된다. 지원센터 입주자는 비입주자의 50% 상당액수를 받는다.

▲난민 가구당 생계비 지원액. 출처 : 법무부

난민을 둘러싼 국민들의 갈등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여러 차례 집회로 표현됐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는 ‘불법난민신청 외국인대책연대’의 난민 인정 반대 집회와 ‘난민반대 반대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같은 날 갈등의 장소인 제주에서도 난민수용 반대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주최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에서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제주에 입국 후 난민 신청한 자들은 합법적인 입국자라고 할 수 없고 대한민국이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말 많고 탈도 많은 ‘무사증 제도’

난민을 둘러싼 갈등의 촉발지점은 바로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2002년부터 도입된 무사증 제도는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이라면 비자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로 테러국가 11곳을 제외한 188개 나라 국민은 30일간 비자 없이 제주도를 방문할 수 있다. 무사증 제도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한 몫을 했으며 제주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예멘은 난민 대거 입국 이후 6월 1일부터 무사증 제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무사증 제도는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는 데에도 한 몫을 했다. 올해 5월말 기준으로 국내 불법체류자는 312,346명으로 지난해 251,041명 대비 61,305명이 증가했다. 이 중 무사증으로 입국한 불법체류자는 5개월간 52,213명이었다.

불법체류한 자들의 불법취업도 급증하고 있는데, 올해 1/4분기 유흥·마사지 업종 불법취업자 중 935명이 불법 취업한 외국인이었다. 불법체류와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도 문제다. 지난 6월 15일 법무부에서는 불법 체류·취업자와 알선 브로커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천 가능성은 미지수다.

 

제주도에서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범죄도 무사증 제도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제주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외국인범죄 단속현황에 따르면 제주도 내 외국인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1년 121명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12년 164명, 2013명 299명, 2014년 333명, 2015년 393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죄목은 폭력이 가장 많았고 지능범죄, 절도가 뒤를 이었으며 매년 강간 및 강제추행도 증가세다. 2012년부터는 매년 살인범죄도 1건씩 있었다.

▲최근 5년간 제주도 내 외국인 범죄 통계. 출처 : 제주지방경찰청

무사증 제도로 입국한 외국인이 반드시 범죄를 일으키고 불법취업을 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인 통계치가 드러난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주의 외국인 인구가 늘고, 불법체류자와 범죄율이 늘었다면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될 제도이기도 하다.

떠오르는 대안 ‘전자여행허가제’

무사증 제도의 빈틈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 측에서는 2016년 12월 법무부에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2016년 중국인 천모 씨가 제주시 모 성당에서 기도 중인 60대 한국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제주도 측에서 무사증 제도의 개선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전자여행허가제는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시행 중이며 EU회원국은 2020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전자여행허가제는 체류지, 여행 목적 등을 기입해 사전여행 허가를 받아야 목적지로 향하는 항공기나 선박에 탑승이 가능한 제도다.

하지만 2년째 법무부의 허가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최근 예멘 난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제주도 측은 예멘 난민이 대거 입국하자 또 다시 법무부에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해 달라며 요청한 상태다. 법무부는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된다며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가 차원에서 불법체류자와 난민 대응에 느슨한 사이 공분하는 이는 오로지 국민들이다. 일각에서는 예멘 난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 정서를 지적하지만, 국민 입장의 정서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무엇보다 현 사태의 촉발이 무사증 제도의 허술한 면모가 명확히 드러난 시점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느라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관계 부처에서는 이번 예멘 난민 사태를 계기로 뼈아픈 반성과 빠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