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관통하는 뼈대인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고장 ‘인제’가 있다. 인제에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번쯤 가봤을 설악산과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점봉산, 곰배령, 자작나무숲이 위치해 온전한 자연을 느끼고픈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고장이다.
성큼 다가온 여름철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 역시 인제다. 깨끗하고 수려한 산그늘에서 쉬엄쉬엄 시간을 보내기에 좋고, 내린천 인근에서 짜릿한 수중 스포츠를 즐기기엔 여름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상상만 해도 등골에 서늘한 산바람이 스칠 것 같은 인제로 여름여행을 떠나보자.
빼어난 미모의 명산, 설악산 국립공원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한 번쯤 다녀갔을 추억의 설악산은 뚜렷한 사계절의 매력을 발산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산이다. 봄이면 여린 초록색과 새순의 봄꽃이 뒤덮어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내는가 하면, 여름에는 짙은 신록이 열기를 식힌다. 가을의 오색단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눈 덮인 설악산은 감동적인 운치를 보여준다.
유난히 빨리 찾아온 듯한 올 여름,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산의 초입부터 굽이쳐 흐르는 계곡이 곧잘 보인다. 이 무렵이면 유난히 초록빛이 강해지는 설악의 계곡은 눈으로 보기에도 좋고, 잠시 쉬어갈 겸 발이라도 담그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심신이 편안해진다.
설악산을 트래킹하는 코스는 각각 한계령, 백담사에서 출발하는 대청봉 코스, 십이선녀탕에서 출발하는 남교리 코스가 있다. 모든 코스가 5시간을 훌쩍 넘는 긴 거리다. 대청봉 코스를 따라 대청봉 정상에 오르면 천차만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설악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신 여름철에 정상에 너무 욕심내면 하산길에 금방 지치기 쉬우니 체력에 맞춰 코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상을 탈환하지 않아도 코스를 밟아 백두대간을 오르는 즐거움은 충분할 테니 말이다.
또 설악산에 방문했다면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며 독립운동과 불교개혁의 기틀을 닦은 백담사에 들러보자. 훌륭한 스님들과 독립운동가, 시인들이 제각각의 사연을 갖고 거쳐 간 유서 깊은 사찰이다. 매월당 김시습과 보우대사, 만해 한용운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오세암도 들러볼 만하다. 조용한 오세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설악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천상의 숲 곰배령과 자작나무숲 그리고 용늪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 위에 탁 트인 평원이 펼쳐지고 그 위에 진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뒤덮여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쉼 없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유명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이 모습은 곰배령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다.
원시의 자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곰배령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이다. 때문에 숲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도 1년 중 8개월만 허가되며, 일주일에 단 5일, 하루에 딱 300명만 허가된다. 따라서 곰배령을 보려면 미리 점봉산 생태관리센터에 예약을 해야 한다. 번거로울 수 있는 과정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 꽃밭에서 마주한 아름다움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인제가 뽐내는 아름다움은 자작나무숲에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수피가 하얗다 못해 은빛을 낼 정도로 살결이 뽀얀 자작나무가 빼곡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뽐낸다. 인제에는 두 군데 자작나무숲이 유명하다. 빽빽한 자작나무 사이를 가볍게 산책하고 싶다면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좋고, 시간을 넉넉히 잡고 자작나무 사이로 트레킹을 하고 싶다면 수산리 자작나무숲이 좋다.
또 하나 근사한 숲을 추천한다면 대암산 용늪이 있다.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이자,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인 대암산 용늪은 승천하는 용이 잠시 쉬었다가는 곳이란 뜻이다. 전설 속 용이 정말 머물렀는지, 용늪은 특유의 신비롭고 잔잔한 매력이 있다. 대암산 정상에 위치한 용늪은 계절마다 진귀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고, 대체적으로 기온이 서늘해 뜨거운 계절에 방문해도 알맞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8년 6월의 가볼만한 곳’에 선정된 용늪을 탐방하고 싶다면 인제군 생태관광 홈페이지에서 미리 방문신청을 해야 한다.
인제의 강에 풍덩… 신나는 수상 레포츠
아름다운 자연을 두루 만끽했다면 인제의 하이라이트 수상 레포츠도 꼭 한 번 즐겨보자. 시원하게 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물길 따라 다양한 수상 레포츠를 체험하면 일상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인제에서 가장 유명한 레포츠는 내린천에서 즐기는 래프팅 아닐까? 내린천은 한강의 지류 중 가장 최상류로 맑고 물의 흐름이 빠르다. 한 번 급류가 나타나면 1~2km씩 이어져 스릴 있는 래프팅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보트를 타고 계곡을 따라 흐르며 우거진 원시림을 만끽하는 것도 내린천 래프팅의 묘미다. 2시간 반의 코스부터 6시간의 코스까지 다양하다. 짧게 끝나버리는 레포츠가 아니니 점심식사를 든든히 하고 여유 있게 래프팅을 시작해 보자.
래프팅은 고무보트에 여러 명이 타 함께 노를 젓는 레포츠로 협동이 중요하다. 협동보다는 혼자의 힘으로 강물의 흐름을 즐기고 싶다면 리버버깅을 추천한다. 리버버그라는 1인용 보트를 타고 즐기는 리버버깅은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급류를 헤쳐 나간다. 자연의 광활한 힘에 맞서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싣는 리버버깅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수상 레포츠 외에도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번지점프와 슬링샷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내린천 하류 합각정 공원 내에 있는 번지점프대는 국내 최고 높이인 63m다. 압도적인 높이의 번지점프대에 오르면 내린천 일대의 호젓한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두려운 기분이 들겠지만 허공을 향해 뛰어오르면 무한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번지점프가 하늘에서 아래로 뛰어 내린다면 슬링샷은 반대로 땅에서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 레포츠다. 두 명이 함께 타는 둥그런 기구는 2초 만에 45m 상공까지 튀어오를 정도로 속도가 굉장하다. 공중에 이르면 하늘을 향해 통통 튀어 오르는데 번지점프 못지않은 짜릿함이 있다.
차분하게 느껴보는 인제의 문화
산과 강을 오가며 활기 넘치는 관광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기품 있는 문화 관광지로 발길을 돌려보자. 백담사와 오세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제를 대표하는 인물 중에는 만해 한용운이 있다. 백담사 근처에 세워진 ‘만해 마을’은 만해의 저서, 일대기를 비롯한 기획 전시가 열린다. 문학에 뜻을 둔 예비 문인들이 꿈을 키우는 ‘문인의 집’도 이곳에 위치한다.
더불어 가볼만한 곳으로 ‘목마와 숙녀’라는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 박인환의 예술혼을 기리는 ‘박인환 문학관’이 있다. 박인환 문학관은 단순한 전시 중심의 문학관이 아니라 시인 박인환이 살던 시절을 재현해 재미있게 스토리텔링한 공간이다. 해방 전 명동거리를 비롯해 현대적인 건축물까지,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시인의 체취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이밖에도 한국 근현대 서예사의 대가인 여초 김응현 선생의 서예작품과 소장품이 전시돼 있는 여초서예관, 우리나라 근현대기의 시집 1만여 권을 소장 중인 한국시집박물관, 강원도 산촌마을의 풍습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산촌민속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다. 청정한 자연을 즐긴 후 차분히 우리 문화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자.
한편, 인제는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지만 청정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5대 명품(황태, 풋고추, 콩, 오미자, 곰취)을 비롯한 풍부한 먹거리 역시 큰 자랑거리이다. 이를 활용한 황태정식, 산채정식, 두부, 막국수, 토종닭 등 토속적이고도 몸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가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니,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인제 여행을 마무리해보자.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