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관광객 주춤하게 만드는 불청객 ‘미세먼지’

관광객 주춤하게 만드는 불청객 ‘미세먼지’

공유
지난 4월 7일,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

고농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여러 차례 시행됐다. 초봄에 잠깐 스쳐가던 과거의 황사와 차원이 다른 미세먼지의 습격에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을 기대하기 힘든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대기 상황이 좋지 않으니 한창 꽃놀이 가기 좋았던 초봄부터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우리나라로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미세먼지는 악재다. 관광객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전망이 들리지 않는 미세먼지 사태와 현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의도를 무색하게 만든 미세먼지

지난 4월 7일,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맞아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을 찾았다. 벚꽃놀이 명소인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은 축제 기간이면 관광객이 몰려 줄지어 걷다시피 하는 곳이다. 한강이 바라보이는 시민공원 길가에는 축제 기간을 맞아 각종 간식과 음료, 나들이용품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몰려들었다. 이 시기에 반짝 매출을 기대하는 노점 상인들은 분주하게 상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빼곡한 노점상을 제외하면 거리는 한산했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과거의 한강 시민공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 중의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만개한 벚꽃을 보러 나온 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 잠시 마스크를 내렸다. 화사한 벚꽃의 자태와 달리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즐거운 표정을 찾기 어려웠다.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는 농도는 ‘나쁨’이었다.

대기환경이 깨끗하지 않다보니 걷는 사람의 비중과 축제나 여행지를 찾는 발길이 줄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 영향으로 걷기 운동을 하거나 축제, 여행지를 찾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28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걷기 실천율은 2017년 45.4%로 10년 전인 2008년 대비 6.0%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세먼지에 울상 짓는 거리의 상인들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해 불편을 겪는 시민들 못지않게 미세먼지에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면 거리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축제 기간을 노리던 상인들은 오고가는 행인이 없으니 좋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영세 상인들은 생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미세먼지가 길거리 음식의 위생 상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미세먼지를 덜 마시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은 평소 즐겨먹던 길거리 간식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상인들은 평소보다 노점 내부를 자주 청소하고 음식을 비닐, 플라스틱 용기로 덮어 두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발길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장사를 하는 입장이니 상인들은 마스크를 끼거나 미세먼지를 피해 자리를 옮길 수도 없다. 상인들의 건강은 탁한 대기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여행업계는 괜찮을까?

미세먼지는 봄꽃여행 관련 상품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12일 브릿지경제 보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티몬의 4월 1~9일 봄꽃 여행상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하락했다. 봄꽃 여행 상품은 주로 벚꽃과 매화 등의 개화시기에 맞춰 주요 관광지와 숙박·음식·교통편을 묶어 판매하는 상품들이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도 같은 기간 봄꽃축제 상품의 매출이 45.04%나 감소했다. 연관 상품인 국내여행 카테고리 매출도 23.26% 줄었다. 비교적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기차여행 상품이 0.02% 늘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고 있다. 모처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여행을 즐기는 경우가 다수다. 시민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경고 안내 문자를 받지만 외국인들은 해당되지 않으니 미세먼지에 대응이 어렵다. 간혹 우리나라의 대기 상태를 미리 알아보고 온 외국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정부 대응

물론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환경에 대해 정부가 손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 3월 27일부터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발암물질인 PM2.5의 환경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했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시행규칙 개정 작업도 추진 중이다.

전국 차고지, 주차장, 도로변 등에서는 오래된 경유 차량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검사를 실시했다. 차량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시에서는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내버스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비치했다. 서울시는 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40여만 명을 위해 서울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미세먼지 정보와 똑같은 영문 알림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거나, 외부 수업을 조정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밀려오는 미세먼지를 일단 피하기 위한 대책이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근본 원인에 접근하지 못하는 정부 대응책은 생계가 흔들리는 거리의 상인과 여행업계를 지탱하지 못한다. 위험성을 안내받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차츰 줄어들 것이다. 그야말로 ‘재난’인 미세먼지는 여행업계와 소상공인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일시적인 대안이 아닌 시민의 생계와 국가 이미지를 고려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