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형, 징역 30년·벌금 1,185억 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6일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24년·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았다.
건강 등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최순실씨가 받은 징역 20년보다 무거운 형이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 복리 증진을 위해서 행사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온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서 기업들과 각 재단에 출연을 요구하고, 최서원이 설립 운영을 주도하거나, 최서원과 친분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 발주, 금전 지원, 납품 계약, 에이전트 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고 최서원의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요구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강요하고, 사기업의 경영진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서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은 비서관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서 공무상 비밀로서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대통령의 일정, 외교, 인사, 정책 등에 관한 청와대 문건 등을 최서원에게 전달하기도 했고, 삼성그룹에 최서원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면세점 특허 취득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최서원이 적극 관여한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하도록 요구해,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으로부터 합계 14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SK그룹에 대해서는 89억 원의 뇌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밝혔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해서, 직업 공무원 제도에 근간을 훼손했고, 정치적 성향, 이념이 다르다거나 정부의 판단이나 정책에 반대하고,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의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에 지원 배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런 실행에 옮기면서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에 대한 차별이 이루어져 다수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당하였고, 예술위, 영진위 등 문화예술 관련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청와대와 문체부로부터 지원배제라는 부당한 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업적 양심에 반하는 업무를 고통스럽게 수행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국정 질서는 큰 혼란에 빠졌고, 결국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고 이런 사태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직위와 권한을 타인에게 나누어준 피고인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서원에게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최서원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서실장이나 수행비서관 등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그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그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게는 그 범죄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다만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았던 그 72억 원 중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은 점, 그리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 원은 이미 반환된 점, 그 다음에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범행 전력이 없다는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불복이 있으면 1주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전병열 기자 jun939@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