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트래블 청정자연 속 추억이 살아 숨 쉬는 곡성

[곡성군 트래블] 청정자연 속 추억이 살아 숨 쉬는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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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가정 구간을 운행하는 증기기관차

곡성의 겨울은 포근하다. 새하얗게 내린 눈은 섬진강과 대화강변을 아름다운 설국으로 만든다. 오래된 증기기관차가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구름 같은 증기를 뿜으며 내달리고, 강바람조차 고요한 아침이면 침실습지에서 환상적인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단풍이 물러나고 난 뒤에도 태안사까지 가는 산책로는 맑은 물소리와 산새소리를 들려주며 찾아오는 이를 환영한다. 자박자박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사뭇 그리운 편안함이 반겨주는 곳. 청명한 자연과 따뜻한 추억이 마법처럼 펼쳐지는 곡성으로 떠나보자.

섬진강 기차마을, 증기기관차를 타고 떠나는 시간 여행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은 초라해진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철로 옆으로 수풀이 우겨지고, 낡은 역사는 창고로, 사무실로, 혹은 폐가로 변해 시간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하지만 옛 곡성역은 다르다. 새로 지어진 곡성역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며, 역사는 더 활기가 넘친다. 이게 다 증기기관차 덕분이다.

파란 가을 하늘에 새하얀 증기 구름이 뿜어져 나오고, 열차 소리의 대명사인 ‘칙칙폭폭’ 소리가 선로에 쏟아진다.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 물길을 따라 10㎞구간을 달리는 증기기관차는 1960년대 실제 운행됐던 모습 그대로다.

▲섬진강기차마을 구)곡성역

‘섬진강 기차마을’로 잘 알려진 옛 곡성역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여수와 익산을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었다.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철로가 옮겨지면서 곡성역은 곡성읍으로 자리를 옮겼고, 옛 곡성역은 폐선된 철로와 함께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증기기관차가 들어서면서 운명은 180도 바뀌었다.

곡성~가정 구간을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총 5회에 걸쳐 운행된다. 한 번에 열차에 탈 수 있는 인원은 300명 남짓이지만, 주말이면 표가 금세 동이 나므로 미적대다간 입석으로 타기 십상이다.

▲섬진강 기차마을

기차마을에서는 증기기관차 외에도 옛 열차 선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더 있다. 옛 곡성의 역사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기차마을 공원에서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힘껏 밟다보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맞배지붕을 멋스럽게 드러내고 있는 곡성역사와 수화물창고는 영화촬영 때문에 조금 손을 본 것 외에는 옛 모습 그대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경성스캔들>, 영화 <곡성> 등의 촬영장으로 쓰여, 역 주변에 1960년대를 재현한 세트장이 고스란히 남아, 여행 도중 행복한 순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섬진강 기차마을

기차마을에서 옛 시절의 추억만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철마다 수려하게 피어나는 장미들과 함께 향기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도 있다. 4만㎡ 면적에 유럽 최신품종 1004종의 장미가 식재돼 있는 곡성기차마을 장미공원은 연못, 중앙분수대, 터널, 미로원, 야간조명 등이 어우러져 있어 꽃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기차마을 장미공원
▲기차마을 장미공원

아이들과 함께라면 기차마을 안에서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기차마을 생태학습관에서 섬진강의 자연생태를 탐구하고, 요술랜드에서는 섬진강의 도깨비살과 마천목장군의 설화를 만나볼 수 있다. 치치뿌뿌놀이터에서는 기차의 역사와 기차마을의 문화를 만나며 꿈과 희망, 상상력을 키워볼 수도 있다.

그밖에도 대나무칼인 낙죽장도와 짚풀공예와 같은 전통공예문화도 만나볼 수 있으며, 실제 기차를 리모델링한 기차 캐빈과 목조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

기차를 좋아한다면 곡성이다. 기차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옛 곡성역이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에 남아있다. 뚜우뚜우 기적 소리가 울리는 증기기관차는 오늘도 오래된 곡성역을 출발해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섬진강을 따라 달린다.

침실습지의 물안개

▲침실습지의 봄

침실습지는 섬진강 유역인 곡성군 고달면 고달교에서 오곡면 오지1교까지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규모의 광활한 강 습지다. 물버들 군락이 숲을 이루고, 강변에는 울창한 갈대숲이 형성돼 있어, 강바람에 풀이 흩날리는 소리가 잔잔한 피아노 선율처럼 귓가를 간지럽힌다.

침실습지는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섬진강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의 진수를 만날 수 있지만 특히 이른 아침 무렵에 찾아가면 환상적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침실습지의 상고대

4~5월, 9월~11월에 이르는 봄·가을에는 일출 40분 전부터 물안개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11월에서 2월까지, 일교차가 크고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새벽녘이라면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겨울왕국은 큰 감동을 선사한다.

태안사와 계곡 산책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보성강은 잔잔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보성강으로 흘러드는 태안사계곡은 이런 보성강의 아기자기한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계곡이다.

▲태안사

태안사 입구에서 절까지 걸어가는 2㎞쯤 되는 계곡길은 다소 길이가 짧지만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매력이 넘쳐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태안사의 현관 역할을 하는 능파각(凌波閣)은 운치가 있어 계곡의 풍광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 능파각을 건너 숲으로 접어들면 이내 일주문이 나오면서 태안사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내에는 지름 40m쯤 되는 큰 연못 가운데 부처님 사리를 모셨다는 삼층석탑이 있어 색다른 느낌이 든다.

신선이 놀다 간 듯한 도림사 계곡

▲도림사 계곡

해발 748.5m의 동악산 남쪽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도림사 계곡은 아홉 구비마다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줄기가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이 흐르고 수맥이 연중 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송, 계곡, 폭포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반석들이 있어 예부터 풍류객들의 발길이 잦았으며 이곳 9개의 반석에는 선현들의 문구가 음각돼 있어 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천문대와 섬진강레일바이크

▲곡성섬진강천문대

날씨가 차고 건조할수록 대기가 투명해져서 별빛은 또렷해진다. 빼어난 청정한 자연이 있는 곡성에서 별보기 좋은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섬진강변에 위치한 ‘곡성섬진강천문대’에서는 우리 순수 기술로 제작한 천체망원을 설치한 주관측실을 비롯해 다양한 학습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별에 대한 옛 추억을 되새기고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섬진강 레일바이크

천문대 인근에 자리한 ‘섬진강레일바이크’는 아름다운 섬진강을 품고 내려가는 색다른 경험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게 조성돼 있다. 옛 전라선 철도를 이용해 침곡역과 가정역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시속 15~20㎞의 속도로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달려볼 수 있다.

깨끗한 맛, 곡성의 먹거리

▲토란탕

멜론과 사과 등 곡성을 대표하는 다양한 특산물이 있지만, 요즘 제철을 맞은 것은 단연 토란이다. 곡성토란은 전국 재배면적의 54%를 차지하고, 다양한 가공식품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인 ‘미운우리새끼’에서 방송을 타서 더 유명해진 토란으로 만든 음식을 제철을 맞은 곡성에 찾아와 먹어본다면 몸 속 구석구석까지 힐링하는 격이 될 것이다.

▲참게매운탕

깨끗한 자연 덕에 참게와 은어요리도 곡성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구수한 된장과 들깨가루, 우거지와 시래기를 넣어 끓인 참게 매운탕과, 은은한 수박향이 나는 은어회 등 맑은 물에서 자란 건강하고 맛깔 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