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도서_노변의 피크닉

도서_노변의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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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흔한 설정은 외계(외계 생명체)와 지구인의 접촉에서 시작된다. 이 소설의 설정은 좀 다르다. 외계인이 지구에 왔으나 가고 없다. 외계인이 왜 지구에 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인간들은 “외계인들이 지구에 잠시 ‘피크닉’을 다녀갔다”고 추측한다. 외계인이 피크닉을 즐긴 자리는 “지구 안의 외계”로 남았다. 인간들은 이곳을 ‘구역’이라고 불렀다.

소설은 ‘구역’에 들어가서 외계인들이 버리고 간 외계 물체를 찾아내 팔아넘기는 ‘스토커’(잠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들은 ‘구역’을 탐구하면서 순수한 앎을 추구하거나 인간의 삶을 위한 장비·기술 연구에 몰두한다. 끔찍한 무기를 향한 탐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구역’과 ‘구역에서 나온 물질’들은 인간의 지식과 과학의 허상을 깨뜨린다. ‘안다는 것은 가능한가’란 질문이 이 작품을 관통한다.

이 소설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SF 작가들인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1972년 발표한 작품으로 ‘SF 고전’으로 통한다.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러시아 풍자문학의 전통을 SF에 결합시켰다. 이들은 주로 디스토피아를 그려 소비에트 체제를 풍자했다. 형제의 대표작인 이 소설은 ‘구역’이 주민에게 위험한 영향을 끼쳤다는 설정 등으로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예견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