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보 참 아름다울 목 (목디스크에 관하여)

참 아름다울 목 (목디스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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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볼 때 목을 유심히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동료 의사들은 늘 보는 환자가 목디스크 환자이고 늘 하는 수술이 목디스크 수술인데 목을 보는 것이 지겹지도 않으냐면서 핀잔도 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은 항상 다른 사람의 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머리와 가슴을 나누는 가녀린 목, 속으로는 뇌로부터 신경 줄기들과 기도와 식도 그리고 심장으로부터 오가는 큰 혈관들이 지나간다. 어찌 이보다 더 조화롭게 설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목은 앞뒤 좌우 상하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완벽한 설계다. 신의 경이로움에 가슴이 벅차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연 있는 목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굵고 짧은 목, 길고 가녀린 목, 유달리 흰 목, 검은 머리칼에 더욱 윤이 나는 목……. 오늘 내 눈에 꽂힌 목은 갓 서른 정도 됐을까 하는 젊은 친구인데, 연신 목을 젖히다가 머리를 흔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연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드는 것을 보니 어딘가 좀 불편한가 보다. 자세히 보니 목 앞에 진한 한 줄의 주름이 깊게 패 있다. 저 주름은 목뼈 5~6번 정도에 해당하는 주름일 것이고 이 친구는 해당 부위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목 통증은 물론이고 양측 어깻죽지 그리고 상부 등 통증, 후두부 두통 그리고 눈 주변부 통증 및 이마 부위 두통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침에 불편해 보이는 것은 잠을 잘 자지 못했거나, 원래 잠버릇이 좋지 않거나, 전날 과음을 했었거나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렇게 목을 흔들지 말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면 좀 편해질 수 있는데. 젊은 친구는 다음 역에 정차하자마자 후다닥 급히 내려버린다.

진료실에서 MRI 확인하고 최종 결과를 설명할 때 “허리디스크입니다”보다 “목디스크네요”라고 했을 때 실망하는 표정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럴 줄 알았다’라는 자책의 표정도 볼 수 있다. 목디스크가 허리디스크보다는 훨씬 더 오랫동안 나빠져서 장시간 고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달라고 하는 환자들이 많다. 위험한 수술인 줄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하루하루 참아내기 힘든 통증의 고통이 훨씬 더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목디스크라고 전부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술하는 경우는 10%도 안 되는 소수라고 많은 보도에서도 엄청 강조한다. 그런데 다들 잊은 게 있다. 모든 목디스크 환자들은 그 병 자체가 어떤 치료에도 회복되는 경우는 의학적으로는 힘들고 그렇기에 아무리 가벼운 목디스크 환자도 상황이 악화하면 언제든지 수술받아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당장 수술을 하기에는 아쉬운 상태라는 것이지 영원히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상태가 아니다. 평생을 두고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목인데 환자분들은 수술 여부 그 자체에만 너무 과민하고 정작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빨리 잊는 것 같다. 모든 목디스크 환자들은 잠재적인 수술 대상자들이고 평생을 관리해야 할 환자들이다. 난 매일 이 부분들을 강조하며 진료한다.

시대의 유감인지 눈으로 집중하고 봐야 할 급변하는 첨단 기기들 덕분에 20대까지도 심심찮게 목을 수술하게 되는 시대다. 공부에 찌든 아이들, 모니터 앞에 붙어사는 아이들,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 때처럼 산을 보고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공을 차던 그런 시대는 확실히 아닌 것 같아서 불쌍한 생각도 든다. 사진 찍어서 일자목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시대다. 다음 세대의 목이 아프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기지개 한번 켜는 여유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싶다.

건강한 목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젊은 친구들의 목은 이렇게 건강하거나 아름다워야 그들의 인생도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내일은 목 체조 책자라도 하나 챙겨서 지하철에서 그 친구 만나거든 꼭 건네줘야겠다.

 

 

 

 

글. 조철민

메트로적추병원장

의학박사

척추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