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재밌고 편리한 드론 vs 여행지에서는 나쁜 드론

재밌고 편리한 드론 vs 여행지에서는 나쁜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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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공중을 자유롭게 날며 촬영하는 드론은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즐거운 취미다. 초창기에 값비싼 드론에 비해 저렴한 가격, 다양한 모델의 제품이 쏟아져 나온 것도 드론의 열풍을 부추겼다.

여행지에서 드론을 활용한 결과물은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장관을 남기기도 한다.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은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남겨준다. 그런데 촬영자에게는 즐거움이지만 주위 관광객들에게는 ‘민폐’라는 지적이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드론 조종자 준수사항을 공표한 바 있으나, 배려 없이 날아다니는 드론은 여전하다.

여행을 재밌게 혹은 불편하게 만드는 드론

▲경주 안압지에서 촬영한 사진에 빨간 불빛의 드론이 찍혀 있다

#1. 3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5월 경주 안압지를 방문했다. 해질 무렵부터 저녁까지 호수에 비친 고궁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안압지를 관광하던 중 공중에서 파리가 날 듯 윙윙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누군가 드론을 이용해 안압지를 촬영하고 있던 것이다. 드론은 빨간 불빛을 비추며 안압지 위를 날아다녔다. 소리는 물론이고 안압지 주변에 날아다니는 빨간 불빛이 몹시 신경 쓰였다.

더욱 불쾌했던 점은 여행을 마치고 당시 사진을 확인해 보니 몇몇 사진에 드론이 찍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A씨는 문화재청에 안압지에서 드론 사용이 허가 되는지 문의했다. 문화재청에서는 안압지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드론 촬영이 불가한데 A씨가 목격한 그날 드론 촬영 허가가 없었다고 알려왔다. 누군가 허가 없이 드론을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안압지 관리사무소에서는 A씨가 문의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 30대 남성 G씨는 지난해 12월 군산에 방문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관광하던 중 윙윙거리는 소리와 딸깍거리는 기계음이 계속 들려왔다. 관광 온 남녀가 드론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작이 서투른지 드론은 제대로 날지 못하고 공중에 떴다가 금세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계속되는 소리가 관광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서투른 조작으로 인해 오래된 가옥에 손상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가 들었다.

여행지에서 드론을 이용한 촬영은 사람의 시야로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남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드론이 출시된 초창기에는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의 제품들만 즐비했지만, 최근에는 3만 원대의 입문용 드론까지 나온 추세라 쉽게 접할 수 있는 촬영장비가 됐다.

드론은 촬영하는 이에게는 즐거움이지만 주변 관광객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드론이 내는 소음과 불빛은 특별한 풍경을 찾아온 다른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안압지와 같이 소중한 문화재가 손상이라도 되면 국가적 손실이다. 그럼에도 드론 이용자들은 여행지에서 자유롭게 드론을 띄운다.

규제는 있지만, 실제는?

물론 국가에서 드론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드론은 무인비행장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지방항공청에서 관할한다. 사전에 비행 허가가 필요한 지역은 비행장 주변 관제권, 휴전선과 원전 주변, 고도 150m 이상이다. 항공안전법을 준수하고 군사적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드론 사용을 허가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문화재, 관광지에서 드론 사용 규제는 다소 느슨한 편이다. 지난 1월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무인비행장치 조종자 준수사항’에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예 : 스포츠 경기장, 각종 페스티벌 등 인파가 많이 모인 곳)’에서의 비행을 금지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이는 기체가 떨어질 경우 인명피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관광지의 특성과 문화재 관리 차원의 드론 사용 규제는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에서의 드론 사용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A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전 허가를 받는 드론 사용자는 드물며 이와 관련해 단속이 자주 이뤄지지도 않는다.

▲드론 비행금지조건 (출처 : 국토교통부 무인비행장치 관련 제도 소개)
▲드론 비행금지구역 (출처 : 국토교통부 무인비행장치 관련 제도 소개)

드론의 불편함을 잠재울 ‘안티 드론’의 부상

드론이 타인에게 주는 불편은 이를 방어하기 위한 ‘안티 드론’ 분야의 발달로 이어지고 있다. 안티 드론은 공공분야 및 사생활 영역 침입, 조작 미숙에 의한 사고의 문제 등을 야기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특정 공역에 들어온 소형 물체를 탐지하고 이것이 드론인지 식별한 뒤 승인되지 않은 드론은 전파교란을 일으켜 무력화한다.

안티 드론 기술의 국내 특허출원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특허 출원 통계를 살펴보면 2013년 첫 해에는 1건 출원되는 데에 그쳤으나 2014년에는 9건, 2015년에는 17건, 2016년에는 19건으로 특허출원 수가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다.

드론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취미이자 장비가 됨으로써 주위의 불편을 주는 ‘나쁜 드론’도 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규제와 안티 드론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동안 금지했던 야간비행을 허가했고, 민간에서 행해지는 전파교란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안티 드론 성장에 발목을 잡는다.

소중한 자연과 문화재, 기쁜 마음으로 여행을 온 관광객들에게 드론은 달갑지 않은 존재다. 드론을 자제시킬 수 있는 정부의 체계적인 규제, 그리고 드론 사용자들의 배려와 매너가 절실한 시점이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