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전시_정강자 회고전

전시_정강자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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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에 가운데가 눌린 대형 솜 옆에 한 여성이 서 있다. 1968년 설치작품 ‘억누르다’와 함께 카메라를 응시하는 26살 정강자의 얼굴이 야무지다. 여성의 정체성을 품고 있는 목화솜과 이를 짓누르는 철제 파이프를 통해 섹슈얼리티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 작품이다.

흑백사진으로만 남아있던 작품이 반세기 만에 다시 탄생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 놓인 재현작 ‘억누르다’(2017)는 지난해 고인이 된 떠난 작가를 대신해 관람객들을 맞는다.

정강자 사후 첫 회고전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가 지난 1월 30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퍼포먼스가 예술이 아닌 기행으로 인식되던 시절,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를 막 졸업한 정강자는 동료와 벌인 과감한 퍼포먼스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번 전시는 행위예술가로만 불리는 정강자의 작품 세계를 좀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위한 자리다. 서울에는 시대별 대표작을, 천안에는 최근작과 아카이브 위주로 배치했다. 설치작품뿐 아니라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회화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