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에서 남편을 잃은 여주인공 신애는 아들과 이사를 하지만 그곳에서 마저 아들을 납치살해로 잃는다. 절망에 빠진 신애는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구원받으면서 아들을 살해한 가해자를 용서하기로 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에게 용서받지 않은 가해자가 하나님께 회개했다는 말을 듣고, 신애는 종교적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영화 끝에 신애는 야외 예배 중인 목사와 신도들이 들으라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틀기도 한다.
세간의 이슈인 검찰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되는 안 전 검사는 과거 교회 간증에서 “약 30년 동안 공직자로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다”며 “믿음 없이 교만하게 살아온 죄 많은 제게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면직되기도 했다.
죄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과연 신께 기도를 올려 마음의 짐을 덜어내면 피해자의 마음도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이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믿었던 8년 동안 피해자는 현실과 진실 사이에 괴리를 느끼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영화 <밀양>이 반(反) 기독교 영화라는 비판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를 통해 메시지를 남겼다. 그 말을 인용해 오직 신께만 회개한 가해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야 할 의미는 하늘이 아니라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에 있다’는 사실을.
김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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