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이례적인 맹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눈 오는 날은 포근했지만 올겨울에는 추위에 폭설까지 겹쳤다. 지난 12월 초, 호남권에 폭설이 내렸고, 경기도와 강원영서에 계속 눈이 쏟아졌다. 12월 20일에도 서울과 충청·강원권에 폭설이 내렸고, 서울에도 눈이 10cm 가량 쌓이는 등 출퇴근길 혼선이 심각한 상황이다.
기상청 유희동 예보국장은 중부지방 폭설을 예보하면서 “겨울철인데도 강수가 매우 잦다”고 말했다. 강수는 눈·비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유 국장은 “정확히 조사해봐야겠지만 여름만큼 빈도가 높아 눈 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혹한 속에 눈이 많은 건 이번 추위의 성질과 관련이 깊다. 12월 중순에 찬바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주기적으로 추위가 심화됐다. 우랄산맥 5~6km 위쪽에 생겨난 고기압과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저기압 때문이다. 우랄산맥 상층의 고기압은 북극 주변 고위도 지역의 찬바람을 끌어당겨 한반도에 내려 보냈다. 여기에 한반도 북쪽 저기압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주기적으로 차디찬 북서풍까지 불러들였다.
통상 한반도의 겨울에 힘을 발휘하는 대륙고기압은 따뜻한 중국 남쪽지방에 도착하면 이동성 고기압을 만들어낸다. 대륙고기압이 작아지고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이 커지면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따뜻해진다. 이동성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을 지나면서 따뜻한 남서풍을 불게 만들기 때문이다. ‘삼한사온’은 이렇게 대륙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이 번갈아 한반도에 영향을 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올겨울엔 우랄산맥 고기압 때문에 찬 공기가 계속 흘러들어오니, 한반도가 이동성고기압의 덕을 볼 새가 없었다.
만약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기만 했다면 눈이나 비는 내리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런데 한반도 북쪽의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찬 공기를 내려 보내니, 찬 공기가 지표면에 내리꽂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상의 따뜻한 공기에는 물기가 있는데, 찬 공기와 주기적으로 지표에 꽂히듯 내려앉으면서 따뜻한 공기와 충돌해 물(눈)이 만들어져 내려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찬 바람을 주기적으로 심화시키는 대기흐름이 변하면 눈도 그친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조차 정체돼 있다. 한반도 북동쪽 베링해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 상공에서 따뜻한 공기가 뭉치는 현상이 발생한 게 문제였다. 주변 지역보다 기압이 더 높아 능선처럼 솟아오른 것을 ‘기압능’이라고 부른다. 기상청은 “한국의 북동쪽 상공에 기압능이 발달하면서 찬 북서풍을 만드는 한반도 북쪽 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