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후 429일 만에 발생한 역대 2위 규모의 지진이다. 충격은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지진 규모는 경주 지진의 에너지에 비해 1/4에 불과했지만, 진원의 깊이가 가까워 사람들은 진동을 더 크게 느꼈다.
지진 피해는 경주 지진 때보다 컸다. 포항시 흥해읍의 한 아파트 1개 동이 한 쪽으로 기울고, 1층 외벽이 파손됐다. 학교 건물 32곳을 비롯한 주택 등에도 균열이 생겼다.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파손됐고, KTX 포항역은 천장 패널 2개가 떨어지고 스프링클러가 고장 났다. 지난 11월 16일 기준 1,10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1,5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많아 현재 포항에서 1톤 트럭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다.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판 경계에 있는 일본과 달리 판 내부에 위치해 있어서 지진 안전지대라고 불려왔다. 하지만 작년 경주 지진 이후로 올해 7월 5일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 11월에는 포항 도심에 지진이 강타하며 ‘지진 안전지대’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 역시 작년 경주 때와 마찬가지로 역단층 운동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영덕~포항~경주~양산~부산을 지나는 이 골짜기 양옆으로 힘이 가해져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지진의 위험성이 크게 다가온 건 토양의 액상화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강한 지진 발생 이후 여진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에 관심을 가졌다.
행정안전부의 지진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지진을 감지한 순간 집 안에 있다면 튼튼한 테이블 등의 밑에 들어가 그 다리를 꽉 잡고 몸을 피하는 거나, 방석 등으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 흔들림으로 인해 가구나 조명이 파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화재에 대비해 가스와 전깃불을 꺼야 한다. 작은 흔들림을 느낀 즉시 끄거나, 큰 흔들림이 멈췄을 때 꺼야하며,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화기로 빨리 진화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서둘러서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 진동이 지속되는 와중에 움직일 경우 유리창이나 간판 등에 다칠 수 있다. 건물이 뒤틀려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으니, 빠르게 출구를 확보해야 탈출에 용이하다.
야외에 있을 때는 공터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하고, 백화점이나 극장과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만약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면 교차로를 피해 갓길에 정차해야 한다.
하지만 지진 경험이 없고, 대피 경험조차 전무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당황하고 만다. 이번 포항 지진 사건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도중에 자가용을 이용해서 집에 귀가하거나,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건물 근처에 있다 떨어진 파편에 몸을 다친 경우도 있다. 행동강령을 알고 있다 한들 이론적인 한계가 있고, 정작 재해가 닥치면 몸이 굳어버리는 것이다.
전국 각지의 안전체험 학습장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이번 지진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처럼 지진 대피 훈련이 전무한 상황에서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안전체험관에서 지진을 체험하고 학습하는 방법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지진체험이 가능한 안전체험관은 30곳 가량이다. 안전체험관, 체험교육장, 안전체험교실 등 지자체나 소방서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국내 최초의 재난 체험관으로 지진, 태풍, 화재 등 각종 재난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 일반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365세이프타운’ 중 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은 진도 8이상의 강진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체험으로는 부족하다. 가까운 일본은 예고 없는 훈련을 통해 학생 때부터 생존방법을 체득하게 하고 있다. 보육원이나 학교에서는 부모들과 함께 ‘귀가 훈련’을 하기도 하며, 도쿄 디즈니랜드도 매해 대규모 방재훈련을 엄수하고 있다. 지진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원이 끊겼을 상황에 대비, 적어도 3일, 가능하면 7일 정도 생활이 가능하게끔 재난대비를 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안내를 하고 있다.
전 세계 지진의 10%가 일어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지진 대비나 안전 의식이 미약한 수준이다. 내진설계 및 지진예보 연구 등 가야할 길이 멀다. 정부 차원의 재난 알림이 적극적으로 개선되는 것 외에도 우리 스스로가 재난에 철저히 대비해야할 때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