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은 그야말로 대변혁의 광풍이 휘몰아친 한 해였다. 해마다 다사다난이라는 용어를 쓰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희비애락을 정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꿈꾸고자 한다. 지난 한 해를 성공이라고 자평하면 내년에도 지속 가능하길 바라며 더 큰 기대를 모은다. 실패라고 인정하면 내년에는 기필코 이룩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송년의 길목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송년의 의미보다 더 중차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서 비롯된 촛불 집회,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등장, 적폐 청산 등 일련의 회오리는 거센 불길로 거침없이 정화를 시켜나가고 있다. 이 광풍이 언제 멈출지는 예측 불가능이다. 이젠 인위적으로 멈출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본다. ‘모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었는데 지난 정부들의 실세가 저지른 적폐의 실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모르는 게 바보’였다는 분노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저변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길은 적폐의 오물들을 다 태워 버리기 전에는 절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적폐 청산 수사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총장이 적폐 수사를 연내 마무리한다고 했지만, 연일 새로 쏟아지는 의혹이 사장(死藏)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적폐청산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연내 수사 마무리 불가능”이라고 밝혀 사실상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론은 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 11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에 의하면 70.8%를 기록하면서 70%대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 다수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하고 있는 데는 적폐 청산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이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의 국정 운영이 포퓰리즘적·보복 정치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화급을 다투는 정책들이다. 물론 정치보복이라면 악순환 될 뿐이다. 북핵과 사드 배치 등 외교 문제를 안고 있지만,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치는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국가 지도자의 책무이다.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경제는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정부는 경제 상황의 호전을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새해 예산안도 그에 맞춰져 있다”며 “국민들도 한마음으로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있는 이때 정치권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3.2%로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상승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지난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725만 7천288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넘었다고 지난 9월 4일 행정안전부가 밝혔었다. UN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일부 농어촌 지역은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라며 특단의 출산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출산율 저하 문제 또한 심각한 국정과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되돌아본 한국의 미래는 예측불허다. 적폐 청산 등으로 과거를 정리하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야 하지만, 일부 지도자들은 당리당략과 제 밥그릇부터 챙기는 이기적인 패거리 정치에 혈안이 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는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을 지켜본 국민이 알고 있다. 배금주의가 만연한 작금의 사회는 부정·부패가 성행할 수박에 없고, 도덕과 윤리가 구태 사상으로 치부되는 막장 사회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보다 더 존중받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 국정 핵심 기조가 돼야 한다. 적패를 척결하는 것 또한 정신적 가치가 우위임을 밝히는 과정이다. 마무리할 건 신속하게 종결하고 지속 가능한 현안은 연말연시와 관계없이 계속돼야 한다. 희망찬 새해를 기대해 본다.
글 전병열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