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이 짙어지는 가을이다. 어느 시인과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 본다. 향기로운 사색에 잠긴 그대. 문학작품 속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떠나보자.
자연을 노래한 청록시인 ‘안성시립보개도서관 박두진자료실’
혜산(兮山) 박두진은 1939년 정지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장’지를 통해 등단했다. 그 해 봄 시골을 여행하며 쓴 시 ‘향현’과 ‘묘지송’ 두 편이 실렸는데, 일제 암흑기의 현실을 주검과 무덤으로 표현한 것으로 시인의 참담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해방된 이듬해 시인 박목월, 조지훈과 공동시집 ‘청록집’을 출판하며 이들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렸다.
시인의 고향인 안성의 보개도서관에는 ‘박두진자료실’이 마련돼 있다. 시인의 생애와 한국 문학사를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시인이 등단한 1939년 ‘문장’지 1권 5집과 1946년 청록집 외에도 첫 단행본인 1949년 ‘해’ 등 귀한 서적이 가득하다. 혜산이 손수 그린 수묵화와 취미로 수집한 수석 등 소장유품 300점이 함께 전시된다.
(주소: 경기도 안성시 안성맞춤대로 1150, 문의: 031-678-5330)
소년의 가을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소나기’는 우리의 감성을 한 뼘 더 자라게 한 대표적인 단편소설이다.
양평 서종에 소나기마을은 ‘소나기’ 속 수숫단과 징검다리 등을 재현하고 여러 대표작을 음미할 수 있는 조용한 산책로와 가을 단풍이 조화를 이루는 감성적인 문학공간이다.
문학관은 영상과 유품으로 황순원을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 첨단 시설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속으로’ 등 2개의 테마 전시실로 구성된다. 또 소년과 소녀의 학교 교실로 꾸민 ‘남폿불 영상실’은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추억공간이다.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에서는 황순원의 작품을 종이 책은 물론, e북과 오디오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 문의: 031-773-2299)
만추에 만난 만해 ‘남한산성 만해기념관’
만해 한용운은 민족대표 33인으로서 3·1운동을 주도한 민족지도자다. 투옥된 뒤에도 일본의 회유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유, 평등, 평화사상에 입각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님의 침묵’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기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님’을 동양적인 정신과 아름다운 운율로 표현한 시문학사 불후의 명작이다. 남한산성 만해기념관은 만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 연구하는 곳이다. 그의 책과 저술, 독립운동 자료와 훈장이 전시된다. 특히 대표작 ‘님의 침묵’ 초간본을 비롯한 160여 종의 판본과 800편이 넘는 연구서는 만해의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기념관에서는 성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만해 한용운선생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등 다양한 정기·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소: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792번길 24-7, 문의: 031-744-3100)
홍사용의 정신 ‘노작홍사용문학관’
‘나는 왕이로소이다’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으로 대표되는 노작 홍사용. 일제강점기에 낭만주의 문학을 주도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아울러 극단 토월회에서 활동하며 직접 서양극을 번역하고 연출을 맡는 등 신극 운동을 이끈 연극인이다.
화성 동탄신도시의 ‘노작홍사용문학관’은 노작의 문화사적 업적을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해 설립됐다. 제1전시실은 ‘홍사용의 삶’을 주제로 그의 생애 전반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은 홍사용의 작품세계와 활동을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아울러 다목적 소극장 ‘산유화극장’을 갖추고 홍사용처럼 문학과 연극을 통해 우수한 문화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206, 문의: 031-8015-0880)
거대한 지혜의 도시 ‘파주출판단지’
파주 출판도시는 책의 도시다. 출판도시 안에는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서점,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효형출판의 ‘북카페 눈’, 열린책들의 ‘미메시스 뮤지엄’, 피노키오를 테마로 하는 ‘피노키오 뮤지엄’ 등이 인기다.
파주출판도시의 랜드마크는 단연 초대형 서재 ‘지혜의 숲’이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높은 천장까지 들어찬 큰 책장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야말로 책들의 숲이다. 책의 분류방법도 도서관과 다르다. 기증자와 출판사에 따라 책을 모아둔 것이 신선하다. 열람과정도 단순하다.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테이블에 앉아서 읽고 제자리에 직접 꽂아두면 된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문의: 031-955-0050)
영원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기념관’
소설 ‘어린왕자’는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찾아주는 세계인의 동화다. 쁘띠프랑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어린왕자 콘셉트로 꾸민 프랑스 테마파크다. 프랑스풍의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로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 술주정뱅이, 지리학자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쁘띠프랑스 내 생텍쥐페리기념관은 작가이면서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일생과 작품세계가 담겨있다. 시적인 소설 어린왕자와 야간비행에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 되는데, 그의 친필원고와 직접 그린 삽화가 인상적이다.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반로 1063, 문의: 031-584-8200)
고경희 기자 ggh@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