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뜬금없는 포켓몬 고 열풍이 불어 닥쳤다. 포켓몬 고로 인해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단일 애플리케이션으로는 단기간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가 되었고, 한국의 속초와 간절곶에 때 아닌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한국 지도반출 논란이 있었고, 포켓몬 고로 인한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게임으로서 ‘포켓몬 고’는 과학기술에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심플하게 이해 가능하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게임이다. AR은 실제 세계에 디지털 레이어(층)를 덧씌우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현실과 디지털 현실 혼합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포켓몬 고는 포켓몬이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 상태에서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포켓몬고가 주는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개념들도 같이 이해해야 한다. 기존에 유행하고 있는 게임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며, 소비자 가치와 행동도 이해해야 한다.
게임의 법칙
MMORPG 게임(이하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이해하는 게임과 관련된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 게임에는 세계관(스토리와 룰)이 존재하고 지도(맵), 아이템, 레벨 등이 존재한다. 게임유저들은 해당 게임을 하면서 좋은 아이템 혹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 내 지도를 누비며 게임의 세계관에 따라 게임을 한다. 다시 말하면, 게임에서 정한 룰대로 특정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노력을 통해 얻게 된다. 그런 짓(?)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왜 하느냐?”는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답변을 해야 한다면 재미있기 때문이다. 심리의 제1원칙인 쾌락원리(Pleasure Principle)를 따르는 것이다. 정책적 용어로 순화시키면 편익(Benefit)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재미(쾌락)는 가치의 획득을 통한 성취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성취(아이템 혹은 레벨)가 희소하거나 좋을 경우 게임내의 자신의 캐릭터는 상대적 힘을 가지게 된다.
기본적인 게임의 원리가 ‘포켓몬 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른 점은 MMORPG 게임에서는 유저를 대신해 캐릭터가 맵을 누비며, 포켓몬 고에서는 유저가 직접 맵을 누비게 된다. 현재 한국에서 속초, 간절곶 두 곳에서 포켓몬 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포켓몬 고를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렸고, 그 지역에서도 좋은 포켓몬을 얻을 수 있는 장소는 또 포켓몬 고의 성지가 되었다.
소비자 가치와 행동
포켓몬 고로 인한 속초와 간절곶의 특수는 이상한 것일까? 기존 게임의 원리와 쾌락원리를 이해한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포켓몬 고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장소로 갈 뿐이고, 지역에서는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한 것뿐이다. 다른 사안을 대입해보면 이해가 쉽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쇼핑몰 혹은 백화점을 간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을 사기 위해 서울로 향하기도 한다. 국내에 물건이 없으면 외국에 가서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건을 사는 것과 게임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다만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게임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들 눈에는 포켓몬 고 열풍이 이상하다. 반대로 특정 물건, 예를 들면 명품시계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명품시계를 사러 백화점에 가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수요의 가치는 사람들을 몰리게도 하고, 경쟁을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선 수요 가치에 의한 속초와 간절곶의 특수는 간단히 보았으니 생략하고, 경쟁과 정부의 정책적 판단 쪽을 살펴보자.
먼저 경쟁의 경우, 이해의 편이를 돕기 위해 제조업 혹은 실물과 관련된 사안들로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 공장이 미국에 들어갈 때 미국 각주 정부의 유치경쟁이 치열했다. 일종의 지역 수요 가치인 일자리 가치를 유발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국립시설에 대한 지역의 유치경쟁은 치열하다. 이외도 가치가 있고, 희소한 대상에 대한 경쟁은 경제학의 기본원리로 모두들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런 기본원리가 포켓몬 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에 의아해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가치를 어디 두느냐의 차이뿐이고, 현대는 다가치의 사회이다.
수요에 대한 소비자의 열망 때문에 정부가 정부정책 판단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포켓몬 고가 속초와 간절곶에만 서비스되는 이유는 구글과 한국정부의 지도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수면 밑에 있던 지도반출 문제는 포켓몬 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열망 때문에 수면위로 드러났다. 심지어 포켓몬 고 때문에 지도반출과 관련된 정부의 해명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뉴스로 치부하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정부가 게임 서비스 때문에 해명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이를 단순히 게임의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즉, 소비자의 행동과 지출이 동반되는 사안은 더는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 이는 산업의 문제, 경제의 문제, 국민의 삶의 문제가 된다. 우리 관념에는 아직 제조된 물건이 움직여야만 산업의 영역이라는 오래된 관습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은 변해가고 있음이 게임 산업의 성장, 그리고 최근에 포켓몬고가 가져다준 관광특수로 예시되었다. 항상 한발 빠른 구글은 이미 새로운 산업에 대한 수요의 가치가 협상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구글은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용하고 있다.
정책의 방향
지난 7월 포켓몬 고가 서비스되기 시작했을 때, 특정계층에게는 수요가치가 높은 생산물이었고, 또한 지역적 희소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의 발길은 포켓몬이 출현하는 지역을 향했다. 소비자의 발길이 향한다는 것은 그 국가, 지역에서 다른 부가가치, 예를 들면 관광수익을 유발한다. 만에 하나 향후에도 포켓몬 고가 정말 특별한 가치를 유지한다면 국가, 지역은 희귀 포켓몬을 유치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
구글은 미래의 가장 핫한 사업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도 만들고 있고,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도 가지고 있다. 모두 미래를 보고 차근차근 준비한 일들이다. 아울러 모두 소비자 가치가 있는 일이다. 수요의 가치를 가진 제품,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점한다면 구글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속초, 간절곶은 포켓몬 특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지자체로서 민첩하고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와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 이와 연동된 창조적 서비스는 향후 산업, 소비 등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적응해야 할 미래가 아니라 선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미래다. 선도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을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미리 고민하는 구글과 같은 방식으로 고민(Think like Google)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정책은 공급자중심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앞으로는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거듭나야할 시점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미래와 사람을 선제적으로 읽고 수요가 수반되는 창조적 서비스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과거 산업적 측면에서 공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고, 한국의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 사람이 중심이 되고, 소비가 다변화되는 시대의 변화에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가상의 시나리오처럼 희귀 포켓몬을 얻어오기 위한 협상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홍보출판정보팀장
(글 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관광웹진)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홍보출판정보팀장은
고려대학교, 문화 및 사회심리학 전공(박사)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연구분야: 여가, 행복, 온라인문화, 문화비교 등),문화예술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전망 연구, 아동 여가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여가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연구, 문화융합형 정책 운영효율화 전략수립 기본계획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