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사드 이슈로 중국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인바운드 시장의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체질 개선의 본 뜻이 신체의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의미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위기 상황에 대한 관광시장의 자생력 또는 대처 능력을 상징하는 표현이라 보인다.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인바운드 시장의 안정도가 높을 경우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도 한다. 반면 시장의 기반이 약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 취약점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이전 보다 경쟁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역내 시장에서 중국과 주요 국가 사이에 지속적인 외교 분쟁이 발생해 왔다. 국가별로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였는데 이는 유사한 상황에 처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본 글에서는 중국과 외교 분쟁을 경험한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일본을 중심으로 필리핀과 대만의 사례를 개략적으로 소개할 것이다.
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일본
중일 외교 분쟁 시 대응전략
중일 외교 분쟁은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되었다. 2012년 5월 중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총리가 대립하였고, 같은 해 8월에는 중국 25개 도시에서 반일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 시기에 중국 정부는 방일 관광상품 판매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2012년 10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1개월간 방일 중국관광객 감소세가 지속되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동원한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히 주목해서 볼 부분은 제도 정비와 시장 다변화이다. 일본은 중국과 외교 분쟁이 진행 중인 2013년 3월, 일본 관광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제1차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위기상황에서 범 부처 간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동남아 및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시장 다변화이다. 방일 중국관광이 감소세로 전환된 초기 단계에서 일본은 방일 동남아 관광객 100만 명을 목표로 설정했다. 2012년 12월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요 국가에서 개최한 대규모 여행박람회 참가를 시작으로 하여 2013년 1월에는 무슬림 관광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같은 해 5월에는 Japan-ASEAN Travel Mart를 개최하였다. 특히 동남아 주요국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2선 국가를 대상으로 CLMV Travel Mart를 개최하여 시장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시기에 일본은 동남아 시장을 중점시장과 2선 시장으로 구분하여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성과
중일 외교 분쟁 시기에 동남아 관광객 유치 기반을 마련한 일본의 전략은 주효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동남아 주요 6개국의 방한 관광객은 130만 명, 방일 관광객은 77만 명으로 약 2배가량 차이가 있었으나, 5년 후 상황은 달라졌다. 2012년 이후, 방일 동남아 관광객이 평균 30%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2016년 성적표에서 방한 동남아 관광객은 210만 명, 방일 시장은 250만 명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시장의 회복세를 고려하더라도 놀라운 수준의 성장세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방일 필리핀 관광객은 2012년 85,037명에서 2016년 347,800명으로 약 4배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에 태국은 260,640명에서 901,500명으로 약 3.4배가량 증가했다. 중일 외교분쟁을 계기로 추진한 시장다변화 전략을 통해서 방일 태국관광객은 100만 시장으로 성장하였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30만 시장으로 볼륨이 확장되었다.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함으로써 안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한 사례이다.
Ⅲ. 필리핀
2013년 1월,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관련하여 필리핀이 중국을 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하면서 중국과 필리핀 간 외교 분쟁이 촉발했다. 2014년 2월에는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조업 중인 필리핀 어선에 물대포를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필리핀 정부의 항의 조치가 이어졌다. 이후 외교 분쟁 기간 동안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관광객은 전년대비 -25.9% 감소하게 된다.
이 시기에 필리핀 관광공사는 중국시장 내 타깃을 고부가 FIT 관광객 중심으로 전환했다. 또한 중국과 항공 노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중국의 1선 도시에 거주하는 주중 외국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적인 방식을 취했다. 이외에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인도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2014년 4월에는 벨리즈, 크로아티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7개국을 비자 면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Ⅳ. 대만
대만은 차잉잉원 총통 취임 이후 ‘92 컨센서스’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되었다. 92 컨센서스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타결한 양국 관계에 대한 원칙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의 해석과 명칭을 사용한다는 합의이다. 이후 중국정부가 대만 방문 수요를 통제하면서, 대만 정부는 신남향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신남향 정책이란 2016년 9월 신정부 행정원에서 발표한 대만의 핵심 외교·경제 정책으로, 대상국은 아세안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이다. 대만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개년을 신남향 정책의 집중 시행기간으로 설정하고 투자, 무역, 문화, 교육 등 전 방위에 걸쳐서 대상국과 상호 교류 협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광분야에도 신남향 정책이 도입되면서 태국 브루나이를 대상으로 비자면제를 시범운영하고 온라인 비자심사 대상국에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를 추가하기 위한 조치가 단행되었다.
또한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무슬림, 동남아 5개국(인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대상으로 홍보 마케팅을 강화하고, 동남아 7개국을 대상으로 조건부 무비자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대만의 시장 다변화 전략의 핵심은 재방문율이 높은 기존 시장의 수요를 유지하면서 아세안 및 동남아 신흥 시장을 확대하는 이원적 접근에 있다.
Ⅴ. 맺으며
관광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유형도 다양하다. 경기침체, 환율변화와 같은 경제적 요인에서 테러, 재난, 질병까지, 관광정책 영역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역내시장에서 일부 국가가 경험한 외교 분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주요국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파악된 부분은 기존 인바운드 시장의 구조를 철저하게 진단하는 데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시장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토대가 만들어졌다. 일본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관광객 감소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주력시장과 신규시장을 구분하여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에서 국가관광 경쟁력은 위기관리 대처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시장의 내부를 기초부터 진단하고 위기상황에 취약한 지점을 중심으로 인바운드 시장의 안정도를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글 ·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 국제관광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글 출처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관광 웹진
**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 국제관광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한양대에서 관광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광분야 여성 전문인력 양성 자문위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관광서비스 수용태세 T/F 위원,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T/F 자문위원, 국가기술자격정책 심의위원, 관광호텔 등급제도 개선 T/F 위원, 음식관광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관광인력양성협의회와 중국관광객 유치 마스터플랜 T/F에서 근무한 바 있다. 연구경력으로는 ‘관광산업 인력 수급분석 연구’ ‘관광부분 재정사업의 일자리 창출 평가체계 및 운용방향’ ‘NCS 기반형 관광종사원 자격제도 개선방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