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흙 만지고 씨앗 심으며 마음 돌본다…고양시, 치유농업으로 시민 건강 챙긴다

흙 만지고 씨앗 심으며 마음 돌본다…고양시, 치유농업으로 시민 건강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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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대학·기업 협력으로 치유 효과 입증…학교부터 복지시설까지 ‘고양형 치유농업’ 확산

표진수 기자 pjs@newsone.co.kr

텃밭에 모종을 심고 흙을 고르는 손길 사이로 웃음이 번진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이웃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시민들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고양특례시가 농업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 건강과 공동체 회복을 동시에 꾀하는 ‘고양형 치유농업’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양시는 행정과 의료기관, 대학, 기업, 현장 전문가를 연결한 치유농업 정책을 추진하며 시민 삶의 질 향상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농사 체험을 넘어 과학적 검증과 민관 협력을 결합한 치유농업 정책으로 복지와 건강, 환경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치유도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유농업 정책의 기반은 제도 정비에서 시작됐다. 시는 지난 2021년 「고양시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정책 추진의 토대를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현장 수요를 반영해 조례를 개정하며 지원체계를 보완했다.

실증 기반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지역 농협의 지원을 받아 뇌파와 스트레스 측정 장비를 갖춘 치유농업실을 조성했으며, 3,115㎡ 규모의 실증포를 중심으로 시민 참여형 텃밭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각종 평가에서도 성과로 이어졌다. 고양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불평등 완화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경기도 농촌진흥사업 평가에서도 농촌자원 분야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 치유농업사와 농업연구사들 역시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으며 정책 성과를 인정받았다.

치유농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양시는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병의원 연계형 원예기반 치유농업 프로그램 연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는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등이 참여했다.

연구는 식물의 생애주기를 활용해 참여자의 감정과 사고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 전략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서는 우울감과 인지적 스트레스 지수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참여자에게서는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지지 수준 증가 효과도 확인됐다.

프로그램 만족도와 재참여 의사 역시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을 기록하며 치유농업이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보조 치료 수단으로 높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치유농업은 학교와 지역사회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벽제초와 상탄초, 원당초, 성사중, 성사고, 경진학교 등 6개 학교에서는 치유텃밭이 운영되며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과 사회성 향상을 돕고 있다. 특히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대상으로 한 ‘꿈자람 치유텃밭’은 진로·직업교육과 연계돼 학생들의 자립 역량을 높이는 특화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텃밭 조성에는 포스코이앤씨가 개발한 자원순환형 토양 ‘리코소일(RE Soil)’이 활용된다. 커피박과 제지 펄프 등 폐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토양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식물 생육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자재다.

고양시는 포스코이앤씨와의 협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고 올해 110톤 규모의 리코소일을 무상 지원받았다. 이를 어린이집 71곳을 비롯해 복지시설과 공공기관 등 100여 개 시설에 보급해 기관별 특성에 맞는 치유텃밭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고양시는 앞으로도 아동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사 체험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돌보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복지 정책”이라며 “민관학 협력을 통해 축적한 과학적 성과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치유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