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칼럼 ㅣ 잡지 언론의 위상 회복에 기여하길 바라며

칼럼 ㅣ 잡지 언론의 위상 회복에 기여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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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언론상 수상 기념 칼럼

전병열 본지 발행인/언론학박사/수필가

‘한국잡지언론상’을 받으며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영광스러운 상이기도 했다.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에 감춘 채 단상에 올라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지만, 마음은 책임감으로 무겁게 짓눌렸다.

한국잡지협회에 가입했던 2009년 4월, 잡지 언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모두가 함께하면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각자 생존의 길을 찾기에 바빠 공동의 목표보다는 개별적인 성취에 몰두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잡지는 신문, 라디오, TV와 함께 전통적인 4대 매체로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정보 전달과 여론 형성이라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며, 특히 심층적이고 전문화된 콘텐츠로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매체로서 그 위상을 높여 왔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언론으로서의 기능은 점차 약화되고,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매체로 전락하는 것 같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잡지가 언론의 기능을 상실하면 결국 4대 매체의 위상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러 자리에서 강조해 왔다. 발행인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서 잡지 언론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지로서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잡지가 언론 매체로서 설 자리를 잃고, 급기야 인터넷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다행히 한국잡지언론상이 제59회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잡지가 언론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발행인들이 이 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만큼, 잡지 언론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갈증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이기도 하다. 생업에 매달리다 보면 잡지 발행의 초심을 잊을 수 있지만, 발행인은 엄연히 언론인이다. 발행인은 경영인이자 언론인으로서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며, 그 역량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한국잡지언론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잡지를 만들어 온 모든 동료들과 독자가 함께 이룬 결실이다. 잡지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전문지의 역할을 넘어 시대의 흐름을 기록하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매체다. 이번 수상은 이러한 잡지의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고, 걸어온 길이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결과라 여기고 싶다. 수상자로 선정해준 백동민 회장과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이 상은 혼자의 힘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밤낮없이 고민하며 원고 한 줄, 사진 한 장에까지 열정을 쏟아온 편집진과 기자들, 그리고 언제나 애정을 가지고 읽어준 독자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

잡지 산업의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발행인들에게 이번 한국잡지언론상은 단순한 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신호탄이다. 잡지가 언론으로서의 본령을 회복할 때, 그리고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4대 매체로서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잡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매체이자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는 장이다. 발행인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함께 걸어간다면 잡지 언론은 다시금 그 위상을 되찾을 것이며, 관계 기관도 당연히 인정할 것이다. 언론의 4대 매체로서 잡지의 위상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